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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청' 신문 폐간…머독의 굴욕, 어디까지?

[취재파일] '도청' 신문 폐간…머독의 굴욕, 어디까지?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은 그 이름 앞에 늘 ‘미디어 황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닙니다. 호주에서 시작해 영국과 미국, 아시아 등 전세계에 걸쳐 미디어 제국을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건설한 미디어 제국을 훑어보자면, 우선 영국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뉴스 오브 더 월드> 말고도 <더 타임스>와 <더 선> 등 유력 신문들과 1,000만 가입자의 위성방송 BSkyB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지상파 채널로 자리잡은 FOX와 케이블 FOX News, 영화사 <20세기 폭스>, 신문사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포스트>, 잡지 가 있습니다. 홍콩의 <스타 TV>를 통해 아시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가 좁은 줄 모르며 영토를 확장해나가던 머독이 80세를 맞는 올해에는 연이어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6년 전 5억8,000만 달러를 들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마이 스페이스>를 인수하는 선견지명을 보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마이 스페이스>가 <페이스북>의 급부상에 밀리면서 쇠락하자, 이달 초 매입가의 16분의 1 수준인 3,500만 달러의 헐값으로 매각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영국에서 휴대폰 도청 파문을 일으키며 168년 전통의 <뉴스 오브 더 월드>를 폐간하는 데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매주 일요일 영국인들에게 대화의 소재를 제공해주던 <뉴스 오브 더 월드>는 280만 부의 최대발행 부수와 168년 전통의 신문이라는 점 말고도 루퍼트 머독에게는 특별히 의미가 있는 신문입니다. 호주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1969년 영국의 신문 시장에 진입해 첫 번째로 인수한 신문사였고, 몇 달 뒤 인수한 <더 선>과 함께 머독에게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도록 다리를 놓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애지중지해야 할 이 신문사의 문을 닫은 것은 그만큼 머독의 사정이 다급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폭로하는 ‘황색 언론’으로 악명이 높았던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수년 동안 범죄 피해자와 테러 희생자의 가족 등 4,000여 명을 도청까지 해왔다는 점은 분명 비난을 받아 마땅하고 신문사를 닫고도 남을 만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루퍼트 머독처럼 언론사의 인수와 합병, 영토 확장을 지고의 목표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도덕적인 반성'만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장 유력한 분석이 위성방송 BSkyB의 지분 추가인수를 위한 장애물 제거라는 것입니다. 머독의 언론 제국 <뉴스 코퍼레이션>의 핵심은 영국의 위성방송 BSkyB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BSkyB는 가입자 1,000만 명으로 1조 4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냈고, 해마다 10% 정도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적인 알짜 회사 BSkyB는 현재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이 39%의 대주주로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워낙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뉴스 코퍼레이션>이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되면 그 순익을 그대로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추가 지분 인수를 추진해왔고, 지난 달 드디어 규제기관인 OFCOM으로부터 나머지 지분 61%에 대한 인수 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그런데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도청 파문이 커지면서 BSkyB의 인수 절차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머독이 보유한 언론사를 제외하고 BBC를 비롯한 모든 언론들이 머독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머독의 언론 제국은 기본적으로 보수 우파 성향을 보이고 있고, 영국의 SKY News채널과 미국의 FOX News채널이 우파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에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집권당도 처음에는 BSkyB 문제까지 거론하지는 않으려 했지만 지금은 ‘재검토’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러자 머독이 ‘신문 폐간’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입니다.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아무리 168년 전통이 있고 최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한다고 하더라도, 작년 기준 순익이 165억 원으로 BSkyB의 1.1%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머독의 비정한 결단력이 다시 한 번 돋보였던 결정이죠.

그렇지만 이런 극약 처방의 효능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도청 파문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독의 굴욕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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