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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쟁터에서도 살아왔는데, 놀이공원에서…

[취재파일] 전쟁터에서도 살아왔는데, 놀이공원에서…
29살의 한 젊은 미국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한 외신이 눈에 띕니다. 이름은 제임스 해케머. 바로 위 사진 속 휠체어에 탄 남성의 이름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해케머의 두 다리는 없습니다. 해케머의 왼쪽 엉덩이 역시 없는 상태입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서 자신의 두 다리와 왼쪽 엉덩이를 잃었습니다.

지난 2008년 3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 지역에서 순찰하던 중 도로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큰 부상을 당한 것입니다. 두 다리와 엉덩이 일부를 잃어 사실상 하반신이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가 됐지만, 해케머는 늘 삶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지난 8일 오후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에 놀러갔다가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2008년 귀국할 당시 환영을 받고있는 해케머>

해케머가 가족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를 나선 놀이동산은 미국 뉴욕주 버팔로 근체에 있는  '다리엔 레이크(Darien Lake Theme Park Resort)'라는 곳입니다. 해케머는 이곳에서  '라이드 오브 스틸(Ride of Steel)'이라는 이름의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롤러코스터에서 몸이 빠지는 바람에 땅에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해케머의 몸이 어떻게 롤러코스터에서 빠져 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경위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롤러코스터는  가장 높은 지점의 높이가 63미터로 미국 동부지역에서 가장 높은 롤러코스터들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특히 이 롤러코스터의 경우 신장 137cm 이하는 탑승을 하지 못하도록 돼있지만, 해커머는 별다른 제지없이 롤러코스터를 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다리를 잃은 헤커머의 키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해케머가 떨어져 사망한 롤러코스터>

헤케머는 사고가 난 8일 당시 2살, 3살된 자신의 두 딸과 2명의 누나, 그리고 조카들과 함께 놀이동산에 놀러갔었고, 롤로코스터를 탔을 때 바로 옆에 대학생인 조카가 타고 있었지만, 그의 사고를 막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해케머는 이라크에서 부상을 당해 귀국한 뒤, 워싱턴의 군인 병원에서 3년 가까운 재활치료를 마치고, 지난 3월 18일 퇴원했습니다. 또 퇴원 후에도 이웃 주민들과 자전거 시합을 할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활발하게 살아왔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놀이동산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이번 사고와 관련된 글이 첫 화면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겨우 넘어선 뒤, 삶을 포기하거나 신을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에게 왜 또다시 이런 비극이 닥쳤을까를 생각하면 그의 죽음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가 땅에 떨어져 숨지는 모습을 지켜봤을 가족들의 고통과 남겨진 어린 두 딸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의 죽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외신을 보니 해케머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이라크에서 폭탄이 터질 당시 아들은 전장에서 한 차례 죽었고, 이후 수술대 위에서 또 한 차례 죽었었다."  아들이 죽을 고비를 두 차례나 겪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살아 남았다는 말일 것입니다.

또 해케머가 부상했을 당시, 의사들은 가족들에게 "그가 다시는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거나, 설사 깨어난다 하더라도 과다 출혈에 따른 뇌 손상 때문에 평생을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 주 후에 해케머는 의사들에게 보란듯이 깨어났고, 3년동안 열심히 재활훈련을 받은 덕에 정상적인 생활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다리엔 레이크'는 해케머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자주 놀러갔던 놀이동산으로, 병원에서 퇴원한 해케머가 가족들과 함께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놀러갔다고 합니다.

해케머의 죽음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사람마다 느끼시는 바가 다를 것입니다. 죽음의 원인도 여러가지를 추정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난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일일 것입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도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습니다만, 우선은 해케머가 롤러코스터에 탄 것이 안전 규정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 만약 안전 규정에 맞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가 롤러코스터에 탈 수 있었는지가 밝혀져야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규정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우리나라도 이번 사고를 통해 놀이시설 이용과 관련한 안전규정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가끔 놀이동산에 놀러가서 보면, 자녀의 키가 놀이기구 안전규정에 나와있는 키보다 훨씬 작은데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까지 억지로 자녀들을 놀이기구에 태워보려는 부모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할 것입니다.

해케머의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해, 외신을 보니 그의 가족들은 애써 담담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가족들은 "해케머가 그에게 닥친 불행한 일(부상)에 대해서 전혀 후회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삶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려 했다"며, "해케머는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다리를 잃은 젊은 용사, 해케머의 영혼이 편안한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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