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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르는 남녀 다섯이 만나 한 일은?

잇따른 자살...자살의 반대말은 '살자'입니다.

[취재파일] 모르는 남녀 다섯이 만나 한 일은?

지난 3일 하늘에는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졌습니다.

경기도 한 펜션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부스스 일어난 다섯 남녀.  함께 누군가의 차량을 타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차에서 내린 이들. 북한강변 신청평대교  위 입니다. 얼마가 흘렀을까요? 다리 위에는 주인 없는 차량만 남고, 다섯 남녀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강으로 몸을 던진 겁니다.

20-30분쯤 지난 뒤 인근 수상레저용 보트장에서 여자의 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절박한 울음 소리를 쫓아 직원 하나가 밖을 살핍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보트장 건물 아래쪽으로 웬 여자가 메달려 있습니다. 물에 떠밀려 가다 어렵게 건물 한 곳을 붙잡은 모양입니다.

그 순간 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하여튼 여자는 더 떠밀려 가지 않도록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있습니다. 직원은 부리나케 여자를 끌어올립니다. 정신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힘들어 보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봤는데 여자가 이야기합니다. 5명이 함께 뛰어내렸다고.

자살 소식이 참 많습니다. 매번 안타깝고 꼭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인지 허탈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3일 아침 6시쯤 경기도 가평의 신청평대교에서도 남녀 다섯 명이 투신했습니다. 모두 20~30대로 제 나이 또래쯤 돼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구사 일생으로 보트장에서 구조된 여자도 불과 25살.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는지 이야기라도 나눠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투신 소식을 접하고 소방서와 경찰에 확인을 한 뒤 가평으로 달려갔습니다. 목동에서 가평까지. 그것도 비가 쏟아지는 날. 참 멀었습니다. 어렵게 도착한 시각이 낮 2시쯤 되었을까요? 수색작업은 사실상 정지 상태였습니다. 정말 잠시도 눈을 뜨기 힘들만큼 비가 쏟아졌고, 안개도 자욱하게 껴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잠수하는 소방대원들이 이곳저곳을 뒤지려 해도 물살이 너무 빨라 쉽지가 않답니다. 어렵게 보트를 타고 이 일대를 샅샅이 살펴보아도 보이는 것은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는 시커먼 북한강의 모습.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날씨에 강에 몸을 던졌으니 아마 지금쯤 이곳은 벌써 벗어났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닷새가 흐른 지난 8일 함께 투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이 발견됐습니다. 물론 차가운 시신으로 말입니다. 한 명은 청평대교 하류 1km지점까지, 다른 한 명은 남양주시 팔당댐 발전소 인근까지 흘러 흘러 내려갔던 모양입니다. 아직 2명은 실종 상태입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25살 장 모 씨. 그녀의 말에 따르면 다섯 명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죽으려고 만난 거란 얘기입니다. 무슨 사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약속을 하고 가평의 한 펜션으로 들어갑니다. 원래는 투신하려한 게 아니랍니다. 거기서 소주를 나눠마시고 약도 나눠 먹었답니다. 연탄을 피우려했는데 이게 뭐가 잘못된 것인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투신하자"라는 제안을 했고 결국 투신하게 됐습니다.

연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게 어쩌면 '살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그 걸 뿌리친 이들이 참 야속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무덤덤해지지 않을까 제 자신이 무섭습니다.

송지선 아나운서, 가수 채동하, 그리고 이들 다섯의 집단 자살. 세 곳 모두 공교롭게 제가 다녀왔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항상 가족들의 오열이 남았었죠. 남겨진 이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참 무겁습니다. 제발 죽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손 내밀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제발 한 번만 더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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