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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뭐길래?

[취재파일]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뭐길래?

국토해양부가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발표가 나온 직후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집중된 분당과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졌습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뭐길래... 이 이야기만 나오면 주택 시장이 시끌벅적해지는 걸까요?

잘 아시다시피 리모델링은 노후된 아파트를 철거하지 않고, 내외 구조물과 설비를 교체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건물을 철거하지 않을 뿐이지, 공사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간단한 인테리어 수준의 공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파트를 지탱하는 골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부수고 다시 건축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재건축과 비교할 때 공사비가 결코 싸지 않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3.3제곱미터당 공사비가 재건축은 350~400만원이고, 리모델링은 250~320만원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노후된 아파트를 완전히 철거하고, 최신형 설계를 적용해서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을 놔두고 왜 기존의 구식 아파트 틀을 유지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걸까요? 절차가 훨씬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재건축은 일단 준공 후 40년이 지나야 추진이 가능한데,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만 돼도 추진이 가능합니다. 사업 기간도 재건축은 통상 6~10년 걸리는데 비해 리모델링은 2~3.5년 정도로 훨씬 짧습니다. 새로운 아파트에 살기 위해 40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느니, 설계나 시설에 100% 만족하지 않더라도 빨리 주거 환경을 업그레이드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렇다면 왜 <수직증축>이 리모델링의 핵심이 되고 있을까요? 다름 아닌 돈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상당히 많이 듭니다. 적게는 1억, 많게는 2~3억원의 돈이 드는데, 이 돈은 아파트 각 세대가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만약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 세대수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일반에 분양해서 돈을 보탤 수 있기 때문에 각 세대가 내야하는 액수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조합들은 수직증축, 그러니까 아파트의 층수를 높여서 세대를 늘려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아파트의 안전입니다. 당초 10층으로 설계된 아파트를 11층, 12층 혹은 13층으로 높이면 그 안전을 누가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겁니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무리하게 수직증축하지 않는 한 충분히 안전하다는 입장인 반면, 국토해양부는 반대 입장입니다. 국토부 담당 과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기존에 설계된 것보다 층수를 높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라며 수직증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직증축의 안전 문제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는 이달 말쯤 발표됩니다. 현재로서는 국토해양부의 입장대로 수직증축이 허용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지난 4.27 재보선에서 여당과 야당 모두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사항입니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은 전국 110개 단지 6만 7천여 가구인데,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릴지도 지켜봐야 하는 사안입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정치적인> 결정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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