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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 주고 경품도 주는 낚시터

[취재파일] 돈 주고 경품도 주는 낚시터

국내 유명 낚시 관련 웹사이트에 최근 한 회원이 글을 올렸습니다. 1년간 낚시터를 운영해 온 업주인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회원은 얼마 전 불법 낚시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는데, 적발되고 크게 뉘우친 모양입니다. 자기반성하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자세,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불법 낚시게임장은 뭐하는 곳일까요? 낚시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어서, 낚시게임장이 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낚시게임장이라는 게 우리나라에 몇 개나 있을까요? 몇 개 없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회원은 왜 굳이 공개된 장소에 통렬한 자기반성의 글을 올렸을까요?

낚시게임장을 단속한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을 봤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경찰이 촬영한 낚시게임장은 3곳이었는데, 게임장마다 낚시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낚시꾼들이 가만히 앉아서 낚싯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신기한 모습을 봤습니다.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서서  "준비됐습니까!", "시작합니다!", "1등 나왔습니다!" 등등 낚시와 전혀 상관없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낚시를 해본 적은 없지만, 낚시가 고요함을 즐기는 취미이고 건강한 운동이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 동영상에서 본 낚시게임장은 흡사 경마장과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고, 소리를 지르고, 상금이 오가는... 말만 게임장이지 실제로는 도박장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낚시게임장에서는 일반 도박장처럼 참가자들이 직접 돈을 걸지 않습니다. 3만 원쯤 하는 입어료만 내면 누구나 똑같은 조건에서 게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업주들이 미리 물고기에 경품이 적힌 꼬리표를 붙여놓으면, 참가자들은 꼬리표가 붙은 물고기를 잡을 때마다 경품을 받습니다. 아니면 2시간 동안 물고기를 잡은 다음, 이 가운데 3마리의 무게를 측정해서 2마리의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참가자가 순위에 따라 상금을 받습니다.

경기도에서 최근 이런 방식으로 불법 낚시게임장을 운영하다 적발된 업주가 43명입니다. 적발된 사람만 이 정도인데, 적발되지 않은 업주, 다른 지역에서 영업하는 업주를 모두 합하면 엄청난 숫자가 되겠죠. 문제는 이렇게 적발돼도 벌금형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 정도 솜방망이 처벌에 불법 낚시게임장이 근절될지 의문입니다.

경찰 소개로 낚시꾼 한 명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  말이 낚시게임을 하다가 1억 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고 하더군요. 가정불화에도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낚시게임을 하다 패가망신한 사람이 여럿 된다고 하니, 낚시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도박인 게 분명합니다.

도박을 해서 성공했다는 사람 얘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해봤자 득보다 실이 큰 법이죠.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낚시터에 놀러갔는데 승용차가 경품으로 걸려있고 수백만 원의 상금을 준다면 경찰에 신고하십시오. 불법 낚시게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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