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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트로스-칸 사태, 반전 또 반전

[취재파일] 스트로스-칸 사태, 반전 또 반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성범죄자로 여생을 미국의 감옥에서 썩을 뻔한 상황에서 다시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갔나 했더니 이번에는 프랑스에서 또 성폭행 미수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프리카 기니 출산의 뉴욕 소피텔 호텔 여종업원과 같은 나이인 올해 32살의 트리스탄 바농이라는 작가가 주인공입니다. 8년 전인 2003년, 인터뷰 도중 스트로스-칸이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얘기입니다. 바농의 어머니인 노르망디 지역 지방의회 사회당 소속 의원 안느 망수레는 당시 자신이 나서서 사건을 무마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사회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이 중앙 정치의 거물인 스트로스-칸을 걸고 넘어갈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스트로스-칸 측은 즉각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반발했습니다. 바농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당 일각에서는 소송제기의 배경이 불순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상황이 정리돼 가는 이 시점에 고소를 제기한 것에 정치적인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농이 사르코지 대통령과 관련된 책을 쓰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당연히 바농은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스트로스-칸이 가택연금에서 풀려나자마자 부인과 함께 뉴욕의 고급식당으로 달려가는 것이 역겨워서” 고소를 결정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절차상으로는 프랑스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농은 형법상 공소시효가 10년인 ‘성폭행 미수’ 혐의로 스트로스-칸을 고소했습니다. 그렇지만 의료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정황상 ‘성추행’이라고 판단할 경우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 실제 소송전이 시작될 경우에도, 아파트 안에서 단 둘이 있을 때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목격자나 증언이 없다는 점도 바농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바농의 고소 사건은 초기의 뉴욕 소송 상황과 달리 스트로스-칸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소송이 제기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스트로스-칸은 프랑스 정계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사회당은 내년 4월 말 대선을 치르기 위해 당내 경선 후보 등록을 7월 13일까지 받아 10월에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스트로스-칸의 무혐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후보 등록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사회당은 이미 공지된 일정을 연기하는 것 보다 후보 등록 마감 이후에라도 스트로스-칸이 경선 출마 의지를 밝히면 언제든 받아주겠다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사회당은 스트로스-칸의 정계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의 소송에서 성범죄자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져도, 성매수자라는 것 역시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프랑스 정계에서 성 문제는 금기시될 뿐 문제시되지는 않아 왔습니다. 법적으로도 프랑스에서의 매춘은 미성년자가 관련되거나 집창촌이 형성되지만 않으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한 뒤 강화된 법에서도 공공연하게 성매매를 광고하는 성판매자(여성)만을 처벌할 뿐 성매수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서가 스트로스-칸 파문 이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추행 혐의가 제기된 현직 장관이 물러나는 등 공직자의 성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 이전에 바농의 고소는 스트로스-칸의 정계 복귀 여부에 결정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모든 과정을 하나로 엮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트로스-칸이 묵었던 호텔 소피텔(Sofitel)의 모 회사인 프랑스 최대 호텔 그룹 아코르(Accor)의 고위 간부가 뉴욕 시각 5월 14일 저녁 스트로스-칸이 체포되자 마자 곧바로 엘리제 궁에 이 사실을 알려준 것부터 석연치 않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호텔 측은 매춘을 해왔던 문제의 호텔 여종업원이 모범적인 직원이었다며 스트로스-칸에 불리한 증언을 해왔습니다. 프랑스행 비행기 안에서 전격적으로 스트로스-칸을 체포했던 뉴욕 경찰의 총책임자 레이 켈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으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던 ‘절친’이라는 사실까지 덧붙여졌습니다. 여기에 스트로스-칸의 상황이 유리해져 가는 시점에 바농을 등장시킨 것으로 음모론의 대미가 장식됩니다.

이래 저래 스트로스-칸의 정계 복귀는 내년 프랑스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그만큼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였기 때문인데, 이번 소송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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