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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천공항 버스승강장은 흡연 구역?

[취재파일] 인천공항 버스승강장은 흡연 구역?

외국에 나갔다가 한국에 도착해 인천공항 1층 입국장을 나서면서 처음 맡는 한국 공기의 냄새는 독특하다. 왜? 꽃냄새도 향수냄새도 아닌 담배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주변에 거대한 담배농장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럴까? 주변을 둘러보면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문 앞 흡연구역에서 많은 여행객들이 연기를 뿜어대며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이다.

여객청사 입국장 문에서 버스가 서는 도로까지 거리는 3~4m 정도. 하지만 문 앞이 바로 흡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물론 입국장 실내에도 2곳의 흡연실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탈 버스를 기다려야 하고 바깥 공기를 쐬고 싶은 마음에 실외에서 담배를 피우게 된다고 현장의 흡연자들은 말한다.

흡연자 입장에서야 여행에서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에 한 모금 피우는 담배가 꿀맛일지 모르겠지만 비흡연자 입장은 정반대다. 피곤하고 지친 몸에 담배냄새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입국 승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뒤에까지 길어지기 마련이고 뒤쪽 승객은 자연스레 흡연구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니 버스 타기 전까지는 계속 담배연기를 맡아야 한다. 더욱이 성인만 줄을 서는 것도 아니고 임산부, 아이들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계속 일해야 하는 환경미화원, 카트 정리 요원들은 무슨 잘못이 있나. 하루 종일 담배연기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흡연구역을 취재해 달라는 직원들 여럿 있었다) 외부라서 담배연기가 금방 날아갈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입국장 위로 출국장이 있어 고가도로가 지붕처럼 머리 위에 있고 앞으로는 대형 버스들이 가로 막고 있다. 한 마디로 환기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외국인은 본인도 담배를 좋아하지만 이런 부분은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좀 개선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어떤 나라에 즐겁게 여행하고 싶은 부푼 기대를 안고 입국하자마자 담배연기부터 맡아야 한다면 그 나라에 대한 첫인상이 어떻겠는가.

몇 날씩 몇 시간씩 비행기 타고 밖에 나와서 피우는 담배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니?"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인천공항 입국장의 흡연구역 문제를 기사화하자 주변에서 나온 반응이다. 특별히 흡연자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인천시에서 허가한 흡연구역에서 정당하게 담배를 피운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버스정류장과 흡연구역의 구분이 안 되게 해놓은 자들의 책임 아닌가.

인천공항 측은 별도의 실외 흡연실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현재 버스정류장 공간을 늘일 수야 없겠지만 뒤쪽 화단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흡연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인천시 측에서 현재 실외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규정하지 않아 흡연실에서 피우지 않고 현재처럼 밖에서 피워도 아무런 제재 방안이 없다. 인천공항공사에게만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인천시도 간접흡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규정 등을 만들어 상황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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