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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무덤' FX마진거래 뭐가 문제길래

개인투자자 90% 손실…대박 좇다 쪽박

'개미들의 무덤' FX마진거래 뭐가 문제길래
금융당국이 FX마진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실태점검과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로 느는 상황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파생선물거래의 일종인 FX마진거래 대금은 2007년에 765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4천924억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4천956억달러와 4천638억달러를 기록했다. 올들어 3월까지는 1천516억달러로 집계돼 예년과 비교해 더 늘었다.

이처럼 거래대금이 많이 늘어난 것은 FX마진거래를 취급하는 금융투자회사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 크다.

2008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도 선물업 인가를 취득하면 선물거래를 취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선물사만 할 수 있었던 FX마진거래 영업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18개의 증권사가 뛰어들면서 현재 선물사 6개와 함께 등 총 24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FX마진거래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이란 인식에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했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기반을 둔 거래시스템을 마련하고 개인투자자의 거래 참여를 유인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FX마진거래 참여 투자자의 99%가 개인투자자다.

FX마진거래에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적은 증거금만으로도 수십 배의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변동성이 커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최소 거래대금인 10만달러의 5%인 5천달러만 증거금으로 내면 거래가 가능하다. 5천달러로 20배의 레버리지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들의 대박 꿈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결과 개인투자자의 90%는 손실을 보고 있고 거래 참여 후 3일 이내에 손실을 봐 반대매매 당하는 경우도 40%를 넘는다.

5천달러의 증거금을 넣고 거래에 나섰다 손실을 봐 증거금이 3천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ㆍ선물사는 무조건 반대매매를 시행한다.

거래에 참여한 40%의 개인투자자가 불과 사흘만에 개인당 2천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2009년 실태조사에 나서 확인한 결과 개인투자자의 손실액은 2007년 118억원에서 2008년에는 489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2009년에는 5월까지 개인투자자의 손실액이 449억원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기성과 위험성이 매우 높아 개인투자자가 이익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FX마진거래 영업 담당자도 "레버리지가 커 투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개인들이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액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2009년 9월 증거금비율을 당초 2%에서 5%로 크게 늘리고, 증권ㆍ선물사가 고객의 주문을 중개해 주는 외국의 호가중개업체(FDM)를 복수로 선택해 운용하도록 했다.

국내 증권사와 선물사는 직접 외환거래를 중개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의 FDM에 투자자가 낸 주문을 중개해 주고 이들에게 중개수수료(리베이트)를 받고 있다. FDM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에 나서 고객이 낸 주문을 체결해 주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증거금비율 상향 조정으로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용이 늘면서 개인들의 손실액이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증거금비율이 2%일 때는 최소 거래대금의 2천달러만 증거금으로 내고 거래를 해 반대매매를 당하더라도 손실 규모가 적었으나 지금은 5천달러를 내고 거래를 해야 해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액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거래비용 증가로 증권ㆍ선물사를 통하지 않고 외국의 FDM을 통한 직접 거래에 나서는 불법거래도 크게 늘었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의 FX마진거래 담당자는 "해외 중개업체와 직접 거래를 할 경우 거래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들이 불법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재 증권ㆍ선물사를 통해 거래하는 개인투자자가 2만∼3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아는데 불법거래를 하는 개인들은 이보다 배는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의 무분별한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려면 비용 자체에 부담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이후 FX마진거래에 뛰어든 금융투자사가 많아지면서 과열 경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는데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내달 초부터 증권ㆍ선물사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실태점검과 함께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러한 점을 파악해 제도와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어서다.

물론 법위반 행위가 발견되는 금융투자사에 대해서는 제재도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증권ㆍ선물사가 외국의 FDM으로부터 받는 중개수수료인 리베이트를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손실계좌 규모도 정기적으로 공시해 투자자들이 거래 금융투자사 선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24개 증권ㆍ선물사 관계자들을 불러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벌써 반발이 심하다. 특히 리베이트 공개는 외국의 FDM의 위상만 높여줘 투자자에게 오히려 부담을 더 키우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증권ㆍ선물사들은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4개 FDM 가운데 2개 이상의 회사와 복수로 계약관계를 맺고 고객 주문을 중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베이트를 공개하라는 것은 각 FDM과의 사적 계약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A라는 FDM과 국내 B,C 증권사가 모두 계약을 맺었는데 B와 C가 A로부터 받는 리베이트가 다를 수 있다. 리베이트를 공개하면 결국 FDM에게만 좋은 일이 된다. 증권ㆍ선물사와 FDM의 위상이 역전돼 FDM이 횡포를 부려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결국 고객만 손해본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제도 개선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내달 초부터 할 실태점검과 조사 등의 결과를 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 위주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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