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가 결승선을 목전에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비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무역조정지원(TAA) 제도와의 연계 문제가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한·미 FTA가 뜻하지 않게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는 8월 6일 시작되는 의회 휴회까지 약 1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의회 내 '기싸움'이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어서 자칫 교착국면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백악관이 지난 28일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이었던 TAA 제도 연장 문제에 대해 의회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전망은 밝았다.
특히 백악관 발표와 동시에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이 한국 등과의 FTA 이행법안에 대한 '모의 축조심의(Mock markup)'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준 절차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모의 축조심의는 법안이 실제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들이 법안 내용을 심의·수정하는 절차로, 사실상 의회의 마지막 협의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거치면 행정부의 법안 제출, 상임위 표결, 본회의 처리 등 남은 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전례로 미뤄 법안 제출에서 최종 표결까지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 달 이상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8월 휴회 전 비준 동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재무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30일 오후 3시(현지시간)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공화당이 TAA 연장 문제를 한·미 FTA 비준과 연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보이콧'을 전격 선언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회의장 좌석의 절반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보커스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공화당을 강하게 비난한 뒤 해산했고, 이후 오린 해치 간사를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특히 이날 '대치'는 최근 재정적자 감축방안,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등을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의 날 선 공방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미 FTA 이행법안 처리에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더욱이 민주, 공화 양당의 재무위원들은 이날 회의 무산 이후 후속 일정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날 회의가 무산됐으나 여야 간 물밑협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정치적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내놓고 있다.
상원이 독립기념일 휴회 기간에 회의를 소집키로 결정한 덕분에 다음 주 회의 재개 가능성이 높고, 한·미 FTA의 경우 행정부와 의회 내 공감대가 탄탄하고 관련업계와 언론 등에서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의회가 마냥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한 외교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여야 간 공방과 회의 무산은 뭔가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서 "정치적인 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으나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치권도 서로 날을 세우면서 동시에 물밑에서 대화를 한다"며 "8월 초까지 비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한미FTA, TAA에 발목잡혀 '막판 진통'
미 상원 심의 무산…8월 휴회 전 비준 동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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