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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대 노숙자를 스타로 만든 위대한 힘!

[취재파일] 10대 노숙자를 스타로 만든 위대한 힘!

위 사진 속 백인 여성과 흑인 청년의 이야기가 외신을 타고 잔잔한 감동을 퍼나르고 있습니다. 흑인 청년의 이름은 지미 버틀러(Jimmy Butler)입니다. 키가 무려 2미터로, 최근 미 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시카고 불스가 지명한 촉망받는 농구선수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28일 시카고 교외에 있는 불스 연습장에서 새로 입단한 버틀러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때 기자회견장 한 쪽에서 위 사진의 백인 여성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훔치며 버틀러를 지켜보았습니다. 이 여성은 누구일까요? 

                          


이 여성은 버틀러의 어머니인 미셸 램버트입니다. 램버트는 버틀러의 친어머니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법적인 양어머니도 아닙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모자(母子)관계가 됐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두 사람의 영화같은 이야기가 미국인들에게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버틀러의 아버지는 버틀러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을 떠났습니다. 버틀러의 어머니마저 버틀러가 13살때 버틀러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버틀러는 비슷한 환경의 다른 흑인 소년들처럼 거리를 배회하고,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갔습니다.

버틀러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 버틀러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조든 레슬리'라는 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레슬리의 집 주변에 있는 농구대에서 3점 슛 내기 시합을 하다 자연스레 친구가 됐고,  버틀러는 늦게까지 농구를 하다가 레슬리의 집으로 가서 저녁을 얻어먹고 하룻밤을 자게 됩니다.

다음날까지 이틀 저녁을 계속 레슬리의 집에 머문 버틀러를 보면서 레슬리의 부모는 처음에 "친구들끼리 하루 이틀 같이 자다가 가겠지"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버틀러가 사흘째 되더 날도 계속 집에 머무르려하자 그 때서야 레슬리의 부모는 버틀러의 딱한 상황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곤 선뜻 버틀러를 집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했도록 했습니다. 바로 레슬리의 엄마가 위 사진에 나온 '미셸 램버트'입니다.

그런데 레슬리와 엄마인 램버트의 '성(性)'은 왜 다를까요? 미셸 램버트가 재혼을 했기 때문입니다. 램버트의 가족은 무려 9명. 남편인 마이클 램버트와 미셸 램버트 사이에 무려 7명이나 되는 자녀들이 있습니다. 미셸과 남편인 마이클이 각각 3명씩의 자녀를 가진 상황에서 재혼을 했고, 둘 사이에 막내가 1명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대가족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램버트 부부는 버틀러를 자신들의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는데 큰 거부감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미셸 램버트는 버틀러에게 생활 규칙도 정해주고,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실질적인 엄마 역할을 했고, 버틀러도 램버트를 '엄마'라고 불러왔습니다. 버틀러는 고교를 졸업한 뒤, 집 근처인 텍사스주에 있는 한 대학에 진학해 농구선수로 활약하다 마퀫(Marquette) 대학으로 스카웃됐다고 합니다. 버틀러가 마퀫대학을 선택하게 한 것도 엄마인 '램버트'가 권유했다고 합니다. 마퀫대학이 농구 뿐 아니라 학문적 평판도 높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마퀫대학 농구팀으로 옮겨간 버틀러는 처음 2년 동안 스파트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코치 밑에서 적응을 제대로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몇번씩 엄마인 램버트에게 전화를 해서 포기하고 돌아가겠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으나, 램버트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끝까지 버틀러를 격려했다고 합니다. 3학년이 되면서 버틀러는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게 됐고, 결국 미국 프로농구의 명문이자 마이클 조던이 몸 담았던 '시카고 불스'에 입단하게 된 것입니다.
 

                           


버틀러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영화 '블라인드사이드(Blindside)'와 매우 비슷한 부분이 많아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블라인드사이드 영화 포스터>


영화 '블라인드사이드'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거리를 배회하던 10대 흑인 청소년을 입양해서 미국 프로풋볼 선수로 키워낸 백인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샌드라 블록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유명한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 가운데 버틀러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또 있었습니다.

1990년대 미국 프로농구의 유명한 악동이었던 '데니스 로드맨'도  고등학교 때 그의 친구 부모에게 입양되면서 인생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데니스 로드맨을 입양한 부모 역시 백인이었습니다.
 

                              


다음은 '패트릭 윌리스'라는 유명한 미국의 미식축구 선수입니다. 샌프린시스코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윌리스도 10대 노숙자로 전전하다가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 농구팀 코치에게 입양돼 훌륭한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윌리스를 받아들였던 농구코치 역시 백인이었습니다.
 

                              


자칫 부모를 원망하고, 거리를 배회하며 평생을 문제아로 살아야했을지도 모를 세 청년들의 삶을 기적적으로 바꾼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흑백 인종을 초월한 양부모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또 바로 이런 점이 다른 것은 모르더라도, 미국을 다시 보게하는 힘이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도 '버틀러'나 '데니스 로드맨' '패트릭 윌리스' 처럼 가슴을 울리는 인생역전 스토리가 나오길 기다려 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입양'과 '피부색'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지않나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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