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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 많던 기름은 어디로 갔을까?

[취재파일] 그 많던 기름은 어디로 갔을까?

인천 부평구 일대 주유소들을 돌아다녔다.

기름 부족으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 주유소들이 많다고 알려진 지역.

A주유소. 

영업소장이 대뜸 수첩 크기의 재고장을 보여준다.

빼곡히 적힌 숫자들이 재고량이 날마다 줄고 있다고 알려준다.

“지금 (정유사로부터) 들어오는 입고량이 없다. 내일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B주유소 사장은 기름 부족이 정유사들의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4월7일부터 주유소 공급가격을 100원 내리게 된 정유사들이 팔수록 손해인 내수 물량을 줄이고, 수출을 늘렸기 때문이란다.

정유사의 입장을 들어봤다. GS칼텍스 관계자.

“원유 구매부터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수급계획은 최소한 3개월 이전에 수립돼야 한다. 국내 판매 물량을 줄이고, 해외 수출 물량을 늘린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 정유사들의 내수 공급 데이터를 요구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6월1일부터 15일까지 국내 휘발유 판매량이 49만 3,819배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었다고 알려왔다.

GS칼텍스는 배럴 단위의 판매량까지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같은 기간 휘발유는 28%, 경유는 40%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유사들은 대리점이나 주유소들이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C주유소 사장은 대리점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정유사로부터 물량을 대량 구매하는 대리점들이 물량을 안 푼다는 것이다.

싸게 받아 놓은 물량을 7월7일부터는 100원 비싸게 팔 수 있으니 최대한 탱크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D주유소 사장은 GS칼텍스의 ‘왕따설’을 제기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원적지 담합으로 정유사들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GS칼텍스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 제도)를 활용해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지역별로 수급 조절에 일시적으로 실패할 수 있고, 평소 같으면 정유사들끼리 물량을 주고 받아서 해소하는데 GS칼텍스가 왕따를 당하고 있어 수급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식경제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부 주유소들이 기름 공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정유사-대리점-주유소-소비자 단계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면서 어느 단계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는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정유사들이 내수물량 안 풀고 수출 늘리기 때문이라는 게 주유소들 주장인데?

“통상 수출은 장기 계약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수 물량을 갑자기 수출로 돌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 그렇다면 대리점이나 주유소 단계에서의 사재기에 혐의를 두고 있나?

“수치나 증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단정하기 어렵다. 대책을 수립 중이다.”

- 대책이라는 것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 수 있나?

“한마디로 사재기는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석유 사재기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엄한 벌칙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

지식경제부는 조만간 일부 주유소의 석유 수급 차질 원인과 해소 방안, 그리고 7월7일 이후의 기름값 안정 방안 등을 담은 포괄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GS칼텍스는 한국석유공사로부터 70만 배럴을 긴급 임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서 소비들이 기름을 못 사는’ 상상하기 힘든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의 정유사 팔 비틀기 → 준비없이 시작된 기름값 리터당 100원 인하 → ‘100원 내린다더니 왜 100원 안 내려갔냐’는 소비자들의 불만 폭발 → ‘주유소들이 안 내린다’는 정유사와 ‘정유사들이 100원 싸게 안 준다’는 주유소 간의 남탓 공방 → 그리고 일부 주유소 기름 부족 사태까지. 

말 많고 탈 많았던 '기름값 100원 인하 잔치' 석 달이 끝나간다.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내려간 기름값에 겨우 익숙해질 만하니까 한꺼번에 리터당 100원 오른 기름을 사야 할 소비자들의 당혹감이 클라이맥스로 남아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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