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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벽돌 1000장 나르고 일당 1000원 받는 아이들

[취재파일] 벽돌 1000장 나르고 일당 1000원 받는 아이들

환갑 노인의 쭈글쭈글한 손과 이마를 가로지르는 굵게 파인 주름은 이제 막 10살이 넘은 어린 아이들의 나이를 가름하기 어렵게 합니다. 세계 최대의 인구 조밀국이자 외국 원조가 재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빈국, 방글라데시의 아이들 말입니다! 무엇이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요? 다름 아닌 극심한 노동 때문입니다.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방글라데시 아이들이 받는 돈은 우리 돈 1,500원 남짓입니다.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벽돌 1000장을 날라봐야 0.9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1000원짜리 지폐 한장 받으면 전부입니다. 자기 체중보다도 더 무거울 것 같은 벽돌 더미를 머리에 이고 일어나려면 이를 꽉 깨 물어야 합니다.

철공소의 소년은 자기 키만한 기계를 만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또 어떤 소녀는 장미를 팔기 위해 매연을 내 뿜는 자동차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고, 10살도 채 안돼 보이는 한 소녀는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 자신의 손보다 두 배는 더 커보이는 돌을 깹니다.



그런데도 방글라데시 전역의 벽돌공장이며 철공소며 온갖 작업장에는 매일 새벽 수많은 어린이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경제능력 없는 부모 세대에 의지하지 않고 당장 입에 풀칠 하려면 이런 저 임금도 감지덕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마저 일자리를 못 구하면 하다 못해 쓰레기라도 주우며 살아가야 합니다.

방글라데시의 아동 노동 비율은 5~9세의 경우 1.98%, 10~14세는 27.37%, 14~17세는 무려 39.7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부의 통계인 만큼 실제로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방글라데시 아동들의 아동 학대, 노동 착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2006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14세 미만(국제기준은 18세) 아동의 노동을 금지시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나라에선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노동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절대 빈곤에 놓은 아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아동 노동과 교육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일을 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아이들은 공부할 여건이 못 됩니다. 문맹률이 50%가 넘는 이 나라에선 국민들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초등교육을 의무화하고 무료로 바꿨지만 초등학교를 최소 1학년이라도 마친 아동이 전체의 60%밖에 안 되는 실정입니다. 일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은 사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빈곤은 자식에게, 그리고 자식의 자식에게로 대물림되며 끝도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17세 미만 아동 중 2억1천5백만명이 학교에 가는 대신 아동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아동이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도 못하는 아이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46%, 남아시아는 27%에 달합니다. 이 통계대로라면 유엔이 결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중 하나인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매해 극심한 홍수 피해를 겪고 식량위기가 반복되는 방글라데시에서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열악한 노동현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은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저는 궁극적으로 선진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로 보고자 합니다. 자본의 사슬 속에서 이뤄낸 산업의 발전과 풍요는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고 노동의 가치를 아주 값싸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세계적인 분업화 구조속에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을 것이라곤 값싼 노동력밖에 없는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는 아이들마저 노동의 현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모순을 하루 아침에 바꾸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는 하루 빨리 '아동 노동 근절'에 관한 컨센서스를 형성해 관련 국제 레짐을 만들고 구체적이며 강제성 있는 법규를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방글라데시에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선진국 중심의 원조 공여국들과 다국적 기업들도 방글라데시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 아동들의 교육 복지가 현실화되고 하청 기업들과 작업장에서 아이들을 더 이상 착취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세계화의 늪 속에 빠진 방글라데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건져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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