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관계 후 몇 일 안에 복용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여부를 놓고 찬반 여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20일 대한약사회가 보건복지부에 일반의약품 전환을 신청한 20가지 성분 479개 전문의약품 목록에는 사후피임약 노레보원(성분명 레보노르게스트렐)이 포함돼 있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제(황체호르몬의 일종인 레보놀게스트렐 1.5mg)로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차단함으로써 임신을 막는다. 약의 종류에 따라 1알 또는 12시간 간격으로 2알을 사용하는데, 성관계 후 24시간 내 먹으면 피임 가능성이 95%에 이르고, 48시간과 72시간 내 복용할 경우 85%, 58% 정도의 확률로 피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로서는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만약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될 경우 처방 없이 약국에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일반약 전환을 요구하는 주장의 핵심은 물론 '소비자 편의'다. 정말 응급 피임이 필요한 경우, 굳이 산부인과의 처방을 거치지 않고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얘기다.
더구나 성관계 후 시간이 흐를수록 약의 효과, 즉 피임 확률이 낮아지는 만큼 어차피 약이 필요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처방을 받느라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사후피임약에 대해서만은 '일반의약품 전환'을 지지했다. 현실적으로 낙태 예방의 '실천적 방안'으로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학계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체로 "국내 피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국민 건강을 생각하지 않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임순 피임연구회 회장(순천향대병원 교수)은 "사후피임약은 응급상황에서 1회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약"이라며 "무엇보다 국내 청소년들에 대한 피임교육이 미흡한 상황에서 사후피임약이 약국에서 시판될 경우 무분별한 성생활을 방조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석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은 "피임약은 뇌-뇌하수체-난소에 이르는 '배란 호르몬 축'을 또 다른 호르몬으로 억제하는 원리"라며 "그런 일반 피임약에 비해 응급 피임약의 경우 그 호르몬의 양이 10~30배에 이를 만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자칫 이 약이 처방없이 오·남용되면 '호르몬 축' 전반이 교란돼 구토·메스꺼움 등 일반적 부작용은 물론이고, 불임·생리불순·자궁외임신 등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더구나 성관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후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약만 믿고 피임으로 착각하고 자칫 임신 중에 절대 먹어서는 안될 사후피임약을 다시 복용할 위험마저 있다는 설명이다.
장 부회장은 "단순 소화제 등의 경우 국민의 편의와 국민의 건강권 사이에서 고민할 부분도 있겠지만, 사후피임약은 그런 종류의 약들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부 종교계 등도 10여년전 사후피임약 시판 결정 당시부터 무절제한 성문화 조장, 생명경기 풍조 등을 이유로 사후피임약 사용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 논란
약사회 "처방전 없이 구매" vs 의학계 "매우 위험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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