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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부 보급 볍씨 불량 사실로 드러나

"정부 보급 호품벼 40%가 불량"

[취재파일] 정부 보급 볍씨 불량 사실로 드러나

몇년 전부터 쌀이 남아 돌아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쌀값은 폭락해 농민들의 시름은 커지고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처분하기 위해 가공산업 발전 등 각종 수요대책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벼 수확기 때 태풍과 폭우 등 이상 기후로 벼 생육이 좋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수확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수 년째 풍년이 들다보니 올해도 풍년이겠거니했지만 지난해는 수확량도 줄었지만 쌀의 품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풍년이라고 마음 놓고 있는 한국을 기상 이변이 역습한 셈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보급한 볍씨의 상당수가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립종자원과 농촌진흥청이 국회 농식품위 소속 민주장 정범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종자원이 올해 보급한 볍씨는 2만5천 톤으로 이 가운데 6.2%인 1,550톤 가량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로 충남과 전북, 경남의 다수확 계통에서 피해가 집중됐습니다. 전남과 광주에 보급된 호품과 동진2호, 온누리 품종이 1,064톤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오대벼 256톤, 충남 주남벼 121톤 등이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발아 실험 결과를 보면 볍씨의 불량 상태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익은 정상벼 비율(정립률)은 호품의 경우 57.7%에 불과했고, 오대벼도 74.6%에 그쳤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정부 보급 호품의 경우 불량률이 42%, 오대벼는 25%라는 뜻입니다. 반면  민원이 덜 발생한 일미의 경우 정립률은 80%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수확기때 비가 많이 오다보니 이삭 속에서 싹이 터버리는 수발아 현상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수발아 피해를 입은 비율은 호품이 16.2%, 오대 6.3%, 동진2호 5.6% 등이었습니다.

정부 보급 볍씨의 싹트는 능력을 평가한 활력종자 비율 실험에서는 동진2호와 호품벼가 각각 64%와 61%로 나와  볍씨 10개 중 4개는 싹이 잘 안 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도씨에서의 5일째 발아율을 테스트한 결과 정부가 보급한 동진2호, 호품, 일미, 오대 품종 모두 10%대에 불과했습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발아가 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비가 많이 와 벼가 잘 익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종자를 수확해 소독하는 과정에서 종자의 활력이 사라졌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국립종자원이 매년하는 방식으로 발아율 검사를 하는데, 일정 온도(섭씨 25도)에서 14일 동안 발아가 얼마나 되는지만 검사하고 볍씨에 문제가 있는지는 별도의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규정에 발아율만 검사하도록 돼 있답니다.) 

국립종자원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6월말까지 볍씨 발아불량의 원인을 분석해 '보급종자 공급 선진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현행 검사 방법을 대폭 쇄신해 이상 기후에 적극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정부의 태도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을 해야할 것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오는 2020년까지 2천억 원대의 고부가가치 종자산업을 육성해 수출하겠다는 포부를 2년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늘상 먹는 주 식량인 볍씨 관리에는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쌀은 우리의 식량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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