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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계빚이 800조? 1000조?…헷갈려

[취재파일] 가계빚이 800조? 1000조?…헷갈려

"우리 경제의 핵폭탄 뇌관이다", "시한 폭탄이다" 하는 가계빚. 도대체 얼마나 되길래 이러는 걸까요?

어제 "개인 금융부채 1,000조 원 넘었다"란 기사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표' 자료인데요, 개인부문 금융 부채가 지난해 말보다 9조 원 넘게 늘어나서 1,006조 원으로 집계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자금순환표' 자료로 나온 건데, '3월말 개인 금융부채 949조…역대 최고'란 제목의 기사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엔 937.3조 원이었는데 1분기 동안에 11.7조가 늘었다는 내용이죠.

그리고 지난달 말인가요, '가계 신용'이라는 한국은행 자료로 쓴 건데 '가계빚 801조원 사상 최대'란 제목으로 우리나라 가계 신용이 사상 처음으로 8백조 원을 넘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개인 금융 부채와 가계 신용, 글자는 다르지만 둘다 가계빚 얘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얼마 전 기사들 가운데 두 통계 모두 가계빚이라는 용어로 쓴 것도 있습니다.

왜 이런 혼선이 생기는 걸까요?

우선 '가계 신용'과 '자금순환표'의 차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가계 신용 통계는 가계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지만 자금순환표의 개인 부문 부채에는 가계 말고도 자영업자 같은 소규모 개인 기업과 소비자 단체, 자선·구호 단체, 종교 단체, 노동조합 같은 민간비영리 단체가 포함됩니다.

'개인>가계', 즉 개인 부문은 가계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죠. 두 통계가 포함하는 기관의 범위도 다릅니다. '가계 신용'은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를 뜻하는 판매 신용으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자금순환표'에는 '가계 신용'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 증권사와 대부업체, 자산유동화회사, 리스사 등에서 빌린 금액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금순환표' 내에서도 빌린 돈, 부채 가운데 외상 같이 이자를 내지 않는 부채를 포함하느냐 않느냐에 따라서 이번 같이 900조 원 대와 천조 원대로 금액이 달라집니다.

뭔가 많이 복잡하죠? 기자들도 머리 아픕니다.

어떤 것이 가계부채 문제를 그나마 더 제대로 보여주는 건지, 또 언론 생리상 어떤 것이 관심을 받을 만한 건지... 이런 고민이죠. 그래서 그런지 지난번 '자금순환표' 발표 때는 개인 금융 부채를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자를 내는 부채만인 937.3조 원로 썼지만 이번에는 천조 원이라는 숫자 때문에 이자를 내지 않는 부채까지 포함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한국은행은 두 가지 통계 모두 기준에 맞춰 예전부터 작성이 됐고, 각각의 용도가 따로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람들 구미에 맞춰서 막 만들 수 있는 통계가 아닌 거죠. 그래도, 하도 사람들이 헷갈려 하니 우선 '자금순환표'상 내에서 이자를 내지 않는 부채를 포함하는 것이 더 정확하냐, 안 하는 것이 정확하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만간 결론을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가계 부채가 갈수록 주요 문제가 되다보니 '가계 신용'에다가 포함되는 기관들을 넓히는 방식 같이 순수하게 가계빚만을 통계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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