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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국 최고의 얌체 전기 도둑은?

[취재파일] 전국 최고의 얌체 전기 도둑은?

이병희 기자 able@sbs.co.kr

작성 2011.06.14 08: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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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전국 최고의 얌체 전기 도둑은?
전기를 사용하면 당연히 쓴 만큼 돈을 내야합니다. 그건 개인이건, 단체이건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전력은 전기를 사용하는 곳마다 계량기를 설치하고, 얼마나 전기를 많이 쓰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전기요금을 청구합니다. 이게 정상적인 방식이죠.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전기선에서 전기를 몰래 끌어다가 전기를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위 '전기 도둑'입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전기 도둑이 있는데, 이번에 취재한 전기 도둑은 좀 특이하네요.

도로와 골목을 밝혀주는 가로등. 정상적인 가로등은 한국전력에 꼬박꼬박 전기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요금을 내는 건 전국 2백여 개의 지방자치단체입니다. 그런데 정상적이지 않은 가로등이 있습니다. 계량기도 설치돼 있지 않고, 전신주를 가로지르는 전선을 '따서' 몰래 불을 밝히는 일명 <도둑 가로등>이 많습니다.

이런 도둑 가로등은 지난 2008년에 전국에 2천 개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09년에 5천 6백 개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전국에 3만 2천 개로 급증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는데, 전국에서 이런 도둑 가로등을 제일 많이 설치한 지자체는 어디일까요? 한국전력이 이런 얌체 지자체를 적발하기 위해 100만 개가 넘는 전국의 모든 가로등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전수조사 결과 도둑가로등 설치 1위 지자체는 전라남도였습니다. 무려 1만 2천 개의 가로등을 무단으로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2위는 충남(10,808개), 3위는 인천(3,071개), 4위는 경북(1,989개), 5위는 대구(1,302개)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부산과 전북, 울산, 강원, 제주에는 도둑 가로등이 한 개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무단으로 사용한 전기 요금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전력이 계산을 해봤더니 지난해에만 7천 킬로와트, 요금으로 따져보니 약 5억 9천만 원 정도가 무단으로 사용됐습니다. 올해도 지난 4월까지 4억 2천만 원의 전기 요금이 몰래 새어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체 전기요금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매달 꼬박꼬박 정직하게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시민 입장에서 보면 분명 화가 날 일입니다. 게다가 전기  도둑을 잡아야 할 지자체가 별 거리낌 없이 도둑 가로등을 운영했다는 사실은 더 화가 나게 하네요.

이런 도둑 가로등이 급증하면서 한국전력은 GPS를 이용한 가로등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한국전력에 정식으로 등록된 가로등에 지구 좌표를 찍어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건데, 그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요? 1년에 5~6억 원 규모의 전기 도둑을 막기 위해 너무 큰 비용이 드는 건 아닐까요? 역시 ‘신뢰’는 곧 ‘돈’의 문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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