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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저축은행 보도…팩트 전달과 '혼란 조장'의 경계

[취재파일] 저축은행 보도…팩트 전달과 '혼란 조장'의 경계

"당신들 때문에 이 난리가 난 거 아니냐."  지난주 예금인출 사태로 엄청난 홍역을 치룬 프라임 저축은행에서 들은 말입니다. 저축은행 직원들이 아니라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의 항의였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프라임 저축은행이 부산저축은행과 비슷한 방식으로 대주주 관련 불법 대출을 해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신문 1면에 났습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는데다, '몇 군 데 저축은행이 위험하다', '곧 추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가 거의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몇 시간 뒤 브리핑을 통해 "부산저축은행과 다르다. 동일인 대출 한도 초과와 관련된 것이다. 조사도 초기 단계고, 혐의도 중하지 않다'고 부랴부랴 해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대출'이란 제목으로 언론사들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불안해진 예금주들은 한걸음에 달려나와 돈을 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방송과 조간 기사가 나온 다음날은 예금 인출자들이 훨씬 더 몰렸습니다.

지난달 초 제일저축은행의 데자뷰였습니다. 검찰이 대출 비리를 조사한다는 소식에 1,500억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그 때도 '임직원 개인 대출 비리일 뿐'이라는 검찰 해명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나마 징검다리 휴일 덕분에 인출 사태는 경우 진정될 수 있었습니다.

프라임 사태 첫 날, 금감원과 예보, 저축은행중앙회는 각 지점마다 직원들을 파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예금자들을 안정시키라는 미션을 주고 직원들을 보냈다는 건데 제가 갔던 지점에선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들어보니, 금감원은 최근 사태로 자기들 얘기를 예금주들이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보와 중앙회는 금감원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도 나서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속 사정도 있습니다. 예금자들에게 '5천만 원 이하 예금은 안전하다'라는 말 밖에 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예금자들은 '이 저축은행 괜찮으냐?', '영업정지 당하느냐'고 물을텐데 부산과 삼화의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 관계자들도 '무조건 괜찮다'라고 단정적으로 대답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금주-저축은행, 금감원-저축은행, 예금주- 금감원, 이 모든 관계에서 신뢰가 무너진 것입니다.

"저희도 억울하고 내용을 바로 잡고 싶지만, 그래도 기사 안 나가면 안 되겠습니까?" 프라임과 제일저축은행 직원들의 '읍소'였습니다. 검찰과 금감원의 해명을 충분히 담은 '괜찮다'란 기사보다는 아예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게 자신들을 도와주는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첫머리에 언급한 예금주들 항의도 이런 맥락이겠죠.

하지만 기자들은 당국과도 좀 다른, 수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팩트와 현장 전달이라는 언론의 임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축은행과 당국의 해명을 믿을 수가 있는가? 방송과 신문 말고도 수십 개의 인터넷 언론 매체가 활동하는 상황에서 언론사 한 곳이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인출 사태가 진정이 되느냐?

저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이 물음들에 대한 똑떨어진 답을 하지 못찾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프라임 저축은행이 언론사들을 모아 놓고 기자회견을 엽니다. 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축은행을 살리겠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예금주, 그리고 당국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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