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른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매몰지 내 가축 사체가 더욱 빨리 부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빗물이 매몰지로 흘러들어 가면 동시다발적인 침출수 유출 등 '제2의 환경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매몰지 관리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몇몇 매몰지 인근에서는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고 침출수로 의심되는 물도 목격되고 있다.
지난 1월 구제역이 발생해 150여 마리의 소와 염소를 파묻은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곡리 구제역 매몰지.
매몰지를 겹겹이 싼 비닐이 눈에 들어오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후벼 파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심한 악취에 손수건으로 코를 감싸쥐었지만, 곧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매몰지 경사면 아래와 논둑 사이에 있는 폭 50㎝, 길이 50m가량의 도랑에는 침출수로 추정되는 물이 고여있고 그 위로는 부유물이 바람에 장단을 맞춰 이리저리 떠다녔다.
이곳은 상수도가 보급된 마을과 직선거리로 400-500m가량 떨어진 곳이지만 주민들은 침출수 유출에 따른 '2차 환경 재앙'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 했다.
구제역 매몰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한 주민은 "그동안 악취가 나지 않았는데 최근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악취가 심하고 침출수도 도랑으로 흘러들어 구역질이 날 정도"라며 당국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진천군 당국은 지난 3일 문백면 옥성리 매몰지의 복토 부분이 갈라져 기름띠와 침출수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자 부리나케 빗물 차단 시설과 및 '집수정'을 설치하고 침출수를 퍼내려고 설치한 유공관과 도랑을 정비하기도 했다.
이 매몰지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실이 최근 가축 사체 유래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 침출수에 의한 오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곳이다.
가축 사체 유래 물질은 가축이 부패할 때 생기는 단백질과 펩티드, 암모니아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수치가 1㎎/ℓ 이상이고 주변에 다른 오염원이 없다면 침출수에 의한 오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유 의원 측은 밝혔다.
"이들 지역에서 침출수 유출은 없었다"고 강변하는 충북도는 장마철에 대비해 산기슭이나 비탈면, 언덕, 하천 인근의 매몰지 45곳을 집중관리하고 시료를 정기적으로 채취해 침출수 유출 여부를 파악한다는 계획이지만, 매몰지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몰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와 각 시.군 공무원들도 1주일에 한 번씩 책임을 진 곳을 찾아 방수포 이상 유무, 침출수 유출 및 지반 침하 여부 등을 살피고 점검표를 작성하고 있다.
각각 2천978마리와 1천193마리의 돼지를 묻은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남모 씨와 최모 씨 농장.
지난 4월 이 농장들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오면서 인근 하천을 오염시킬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자 보령시는 이곳에 묻힌 가축들을 파내 다른 곳에 다시 묻기도 했다.
경기 안성시도 최근 유 의원 측이 일죽면 화곡리 구제역 매몰지 계곡 하류에서 가축 사체 유래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자 이 매몰지를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화곡리 매몰지는 지난 1월7-17일 인근 7개 농가의 소 571마리와 돼지 5천여마리가 매몰된 곳이다.
시 관계자는 "침출수 유출이 없다고 판단하지만, 브랜드 가치 하락 우려와 시민 불안을 없애고자 매몰지를 현재 위치에서 200m가량 더 떨어진 시유지로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침출수 유출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오경석 사무국장은 "계곡이나 하천 옆에 매몰지를 만든 시.군은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보강공사를 서둘러 마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대 축산과 송만강(62) 교수는 "많은 양의 빗물이 유입되면 침출수가 매몰지 밖으로 넘쳐 심각한 수질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비가 내리는 도중이나 비가 그치고 나서도 침출수를 계속 퍼내 넘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마 상황을 수시 점검하고 매몰지 표면에 비닐을 두 겹으로 덮어야 하며 필요하면 그 위에 방수포를 깔아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장마로 구제역 매몰지 2차 오염 '비상'
곳곳서 악취ㆍ침출수 추정 물질..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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