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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경관 만들려 '소나무' 죽이는 가로수 사업

<8뉴스>

<앵커>

최근 지자체들이 가로수를 소나무로 바꿔 심고 있습니다. 고급스런 경관을 만들기 위해서라는데요, 산에서 잘 크고 있는 소나무를 도시로 옮겨 심은 결과가 어떨까요?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늘로 쭉쭉 뻗은 푸른 소나무가 도로 양 옆으로 펼쳐져 있는 서울 퇴계로.

중구청은 이곳을 '소나무 특화거리'로 만들겠다며 기존 가로수인 플라타너스를 뽑고 소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구청이 퇴계로와 다산로,을지로에 이런 식으로 심은 소나무만 무려 2천 그루입니다.

한 그루를 심는 데 플라타너스와 비교해 2배 더 많은 5백만 원의 예산이 듭니다.

산에서 옮겨심은 도심 속 소나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전문가와 돌아 봤습니다.

[이경준/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 새순이 하나도 안 나왔다는 얘기는 이 나무는 죽을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은 걸 뜻해요.]

소나무 새순은 보통 4월 중순에서 5월 사이에 5~20센티미터 길이로 돋아나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퇴계로에 심은 소나무는 6월이 됐는데도 돋아난 새순이 고작 1~2센티미터에 불과합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서 나온 먼지와 공해가 잎의 생장을 방해하고 있는 겁니다.

고층 빌딩이 생장에 필요한 햇볕을 가로막아 좌우가 비대칭인 기형적 나무가 태반입니다.

소나무는 바람에 쓰러지기 쉽기 때문에 가로수로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경준/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 태풍은 이제 작은 소나무를 심으면 다행인데 이렇게 키가 큰 장송을 심게되면 사실은 태풍이  왔을 때는 굉장히 취약하게 쓰러질 확률이 굉장히 높죠.]

전국적으로 소나무 숲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나무를 환경도 좋지 않은 도시로 옮겨 심는 것이 타당한 일이냐고 반문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성주한/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 소나무는 햇볕을 좋아하고 뿌리가 깊게 뻗는 특성이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가로수로 식재하다 보니까 소나무의 쇠퇴현상과 아울러 고사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용도 더 들고 환경도 맞지 않는 소나무를 구태여 도시로 옮겨 심을 필요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김현상, 영상편집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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