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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살인&식인…누가 코끼리를 화나게 했나?

[취재파일] 살인&식인…누가 코끼리를 화나게 했나?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불후의 인기 동요 속 코끼리는 몸집은 크지만 순하디 순한 동물로 그려집니다. '동물의 왕국' 같은 TV 프로그램만 봐도, 아프리카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모습의 '착한 코끼리'가 익숙한데요, 이 코끼리의 반란이 시작됐습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입니다.

그제 들어 온 외신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인도 야생 코끼리의 도심 난동 소식이었습니다. 인도 카르나타카주 마이소르 거리에 흥분한 야생 코끼리 2마리가 나타나 3시간동안 난동을 부리면서 도시 전체가 공포에 떨었다고 합니다.

인도 언론인 '뉴델리 뉴스'에서는 흥분한 코끼리가 출입구에 서 있던 50대 경비원을 공격하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화면을 보면 코끼리가 피를 흘리고 쓰러진 사람을 수 차례 밀치고 짖밟아 결국 경비원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소를 들이 받기도 했고 심지어 지나가는 버스까지 쫓아다니는 등 한 마디로 도시를 휘젓고 다니며 아비규환으로 만들었습니다.

경찰은 전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주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돌을 던지는 등 코끼리를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하라고 경고 했습니다. 경찰과 동물원 직원들이 총 출동해 마취 총을 쏴 코끼리를 생포하면서 3시간 동안의 활극은 끝이 났습니다.





'살인 코끼리'의 대낮 난동은 '착한 코끼리'라는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지만 사실 얼마 전에는 이보다 더 끔찍한 '엽기 코끼리'가 충격을 줬었습니다.

다름 아닌 인도의 '식인 코끼리' 로 지난 2월 애니멀 플래닛이라는 다큐멘터리 채널이 방영한 '세계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마을:식인코끼리' 편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는데요,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인도 동부 서벵골 한 마을에 배고픔을 참지 못한 야생코끼리가 자주 출몰해 농사에 피해를 끼쳤왔는데,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인지라 신성시 해온 코끼리를 함부로 어쩌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놀랍게도 이 코끼리가 바로 '식인 코끼리'였던 겁니다.

어느 날 마을에 출몰한 코끼리를 한 주민이 사냥총으로 사살했고, '부검'을 해 보니 코끼리의 위에서 17명에 해당하는 사람 DNA가 검출됐습니다. 허기를 참지 못한 코끼리가 사람까지 잡아 먹은 겁니다. 재빠른 동물보다는 사람이 오히려 쉬운 먹잇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살인 코끼리'와 '식인 코끼리'가 잇따라 출몰하는 이유는 뭘까요?

동물학자들과 생태학자들은 무엇보다 인간의 이기심에서 기인한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를 빼앗긴 야생 코끼리들이 하는 수 없이 인간들이 사는 도시까지 내려오다 보니 인간과 코끼리 간의 충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도만 해도 국립공원이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농장이 만들어지고 가축을 기르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린 야생동물들이 시내로 난입해 해마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로 초식동물인 코끼리의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불가피하게 육식으로 변해갔고 급기야 초원과 숲을 떠나 상대적으로 쉬운 먹잇감인 사람 고기를 찾아 도시로 사냥을 나온 것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람의 손에 새끼를 잃은, 혹은 어미를 잃은 코끼리가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돌변하면서 인간에 대한 복수에 나선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떤 이유가 맞는 분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건 인간의 잘못에서 비롯된 업보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철학자이자 생태학자이기도 한 시인 박 이문씨의 시집 '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큰 덩치와는 달리 코끼리는 감정이 풍부한 초식 동물입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쌓일 경우 그 대상을 실제 입으로 씹으려고 하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그래서 코끼리들은 화가 나면 튀어나온 상아로 대상을 찌르거나 발로 밟는 것으로 분노를 풀지만, 그 분노가 심해지면 무릎을 꿇고 분노의 대상이 아무리 작아도 이빨로 씹으려는 성향을 드러내곤 합니다.  현재 아시아에는 5만 마리의 코끼리가 남아 있지만 빠른 속도로 그 숫자가 줄고 있습니다. 그들의 영역은 자꾸만 좁아져가는데도 사람들은 애써 모른 체 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식으로 가다간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가 살 떨리는 장송곡으로 변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습니다.

"코끼리 아저씨는 몸이 무기래~~ 사람을 보면은 들이 받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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