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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소에 마음 빼앗겨…푸른 눈의 국악 원로

<8뉴스>

<앵커>

전쟁은 사람의 인생을 기이한 방향으로 바꿔 놓습니다. 유엔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빨치산이 두두리는 꽹과리 소리를 듣고 삶이 송두리째 바뀐 한 푸른눈의 참전용사가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580여년 만에 경복궁에서 재현된 세종조 회례연.

녹음까지 해가면서 공연에 집중하는 한복 차림 푸른 눈의 노인은 올해 팔순의 해의만 씨입니다.

미국 태생, 본명 알란 헤이먼, 본래 피아노를 치던 서양 음악도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전 참전이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빨치산이 교란작전으로 밤새 불어댄 태평소와 북, 꽹과리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입니다.

[해의만(80)/국악학자: 태평소 소리를 듣는데 너무 상쾌한 느낌이 드는거예요. 다른 군인들은 그 소리 굉장히 듣기 싫어하고 잠을 못 잤는데.]

미국에 돌아가서도 그 소리를 잊지 못해 1960년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국악예술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태평소와 가야금, 거문고, 장구 연주, 시조와 판소리까지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유수는 어이하여.]

1964년 우리 전통예술 공연단의 첫 미국 공연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국악 음반 해외 발매를 주선했습니다.

귀중한 국악 자료 수집과 연구, 국악도서 번역, 강연을 하며 국악 전도사를 자임했습니다.

[한국 음악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서양음악 너무 많이 들어왔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별로 한국 전통음악 안 좋아해요.]

그는 1995년 귀화하면서 한국인 해의만이 됐습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는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그에게 국악은 아직도 끝없는 열정과 탐구의 대상입니다.

[한국음악엔 넓은 사상이 있고, 죽을 때까지 해도 연구 다 못 끝내요. 내 생각엔.]

(영상취재 : 박영철, 공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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