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현장] 완전범죄?…말 없는 증언자, '혈흔'

<8뉴스>

<앵커>

사소한 폭행사건부터 끔찍한 살인 사건까지 사건 현장에는 언제나 흔적이 남게 마련입니다.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하면서 범행 현장의 핏자국, 즉 혈흔을 분석해 범인을 검거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범행 현장의 말 없는 증언자, 혈흔을 이용한 과학수사 기법을 현장줌인 조성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27일 새벽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목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50대 남성이 발견됐습니다.

시신 옆엔 가위가 놓여 있었습니다.

신고자는  사망자가 세들어 살던 집 주인이었는데 사망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서 혈흔을 분석한 결과 자살과는 거리가 먼 걸로 나타났습니다.

골목길 벽에 묻은 핏자국이 5미터나 이어져 있어, 주로 한곳에 핏자국이 모여 있는 자살 혈흔과는 달랐습니다.

또 사망자 팔이 닿지 않는 맞은 편 문기둥에서 피묻은 흉기를 휘두른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자살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단서였습니다.

[김기정/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장 : 피가 많이 묻어있는데, 그걸  뿌림으로써 일어나는 비산 혈흔이 저렇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걸 보고 저희들은 제3자가 찌르고 칼을 빼면서 이렇게 했다.]

결국 범인은 신고자인 집 주인으로 밝혀졌고,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혈흔은 범행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6월 약혼녀의 친구 이모 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성남의 한 사무실로 끌려간 뒤 자취를 감춘 김모 씨.

경찰은 김 씨가 실종된 사무실 벽면 낮은 곳에서 둥근 모양의 김 씨 혈흔을 찾아냈습니다.

[박정호/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위 : 자고 있는 상태라든지 그런 경우에는 아래쪽에서 범행이 이뤄지니까(위쪽)벽면으로 피가 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경찰은 김 씨가 누운 상태에서 폭행을 당한 걸로 결론내고, 함께 술을 마신 이 씨를 납치 감금혐의로 체포했습니다.

혈흔을 분석하면 범행 도구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흉기를 휘두르면  폭이 좁은 타원형의 혈흔이, 둔기는 둥근 원 형태의 흔적이 남습니다.

범행 도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면 남은 핏자국만으로도 어떤 도구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추창우/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 : 가위에 이런 둥근 부분 패턴이 아마 이런 패턴과 유사하다. 여기 망치를 보면 이렇게 선상을 그리면서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최근엔 1만 분의 1 이상으로 희석된 혈흔도 식별해내는 시약이 개발돼 핏자국을 물로 씻어내도 감추기 어렵습니다.

[김영규/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팀장 : 피해자는 말이 없습니다. 말을 해도 누가 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지막 한 방울 한 방울 흘리는 피로써 나의 억울한 그런 상황을 꼭 찾아달라고….]

하지만 혈흔 형태 실험실은 전국에 단 두 곳.

그것도 경찰관들이 자비를 보태 만들었고, 실험용 혈액이 모자랄 땐 직접 자신의 피를 채취해 씁니다.

[(직접 (피를) 뽑으신 거예요?) 실험을 하고 바로 지혈을 못했죠. 실험을 또 제가 해야하니까.]

[황적준/고려대 의대 교수(고 박종철씨 부검의) : (범행 현장을) 재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물이기 때문에 수사 서류에 혈흔 형태 분석을 반드시 첨부시켜야 합니다.]

범행 현장을 말없이 증언하는 혈흔, 혈흔 분석은 과학 수사를 위해 개척해야 할 필수 분야가 됐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 박현철, 영상편집 : 채철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