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에 1천명 이상 거주했던 이 마을을 청정지역 최전방 마을로 간신히 살렸는데 이젠 갈 곳조차 없네요.."
1970년대 식량증산정책에 따라 민통선 내 유휴농경지 개발을 위해 형성된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마을은 남방한계선 철책에서 불과 3㎞가량 떨어져 있는 최전방 마을이다.
민간인통제선 안에 44가구가 콩과 율무를 키우며 사는 횡산리 마을은 청정지역 비무장지대(DMZ) 마을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5일 횡산리 마을은 청정지역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필승교로 향하는 초소 너머로 27㎡ 크기 컨테이너 박스 18개가 2열로 늘어서 있고 곳곳에 수몰예상 지역을 표시한 노란깃발이 펄럭였다.
횡산리 44가구 가운데 34가구가 거주하는 곳이 지난해 6월 임진강 상류에 군남댐이 완공되면서 수몰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2009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가 지급한 보상금을 받았지만 여전히 횡산리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횡산리 천병호 이장은 "이곳은 민통선 안이라 공시지가부터 차이가 커 감정평가가 턱없이 낮다"며 "이 돈으로 민통선 밖에 나가서 농사를 짓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횡산리 수몰주민들은 대지 3.3㎡당 35만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이는 민통선 밖 연천읍 고문리 수몰지역이 3.3㎡당 105만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33% 수준이다.
수몰주민들은 보상금으로 민통선 밖으로 이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천 이장을 중심으로 민통선 내에서 이주지역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체험관광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이주단지 조성 계획을 세우고 수자원공사의 보상비 등을 모아 마을에서 800m가량 떨어진 곳 10만㎡ 가운데 4만㎡를 사들여 연천군에 용도변경을 요청했다.
천 이장은 "경기도에서 DMZ 생태관광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고 현재 보상금으로 민통선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주민들과 민통선 내부의 땅을 사서 이주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郡)은 해당 토지가 남방한계선에 걸쳐 있고 산림법에 따른 산림보존임지라서 용도변경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횡산리 수몰주민들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법까지 바꿔가면서 임야를 택지개발로 용도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며 "아직 명의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주민들이 토지매매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자원공사는 당장 떠날 수 없는 수몰주민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컨테이너를 임시 거주지로 마련했으며 34가구 가운데 7가구가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여름 한낮에 37~38℃씩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20℃까지 떨어지는 컨테이너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더 견디지 못한 채 하나 둘 떠나 주민 15명만 남은 것이다.
횡산리가 고향인 권영우(77)씨는 "한국전쟁 전에 1천명 이상 거주했고 분교도 아닌 초등학교가 있을 정도였던 이 마을이 이제 고스란히 사라지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연천=연합뉴스)
연천 민통선 횡산리마을 수몰민 이주 진퇴양난
낮은 보상가 민통선 밖 못나가고 매입한 땅은 허가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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