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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천안문 사태 22주년…네이멍구에 긴장

[취재파일] 천안문 사태 22주년…네이멍구에 긴장

내일(6월4일)은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지 2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천안문 사태란 잘 아시겠지만 지난 1989년 6월4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천안문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과 노동자, 시민들을 계엄군이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면서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입니다.

천안문 사태 22주년이 다가오면서 요즘 중국 당국의 촉각은 온통 네이멍구에 쏠려있습니다. 네이멍구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위 때문입니다.

시위의 발단은 지난달 10일에 발생했습니다. 네이멍구의 한 몽골족 유목민이 한족 운전사가 몰던 탄광업체의 대형 트럭에 깔려 무참하게 숨진 사건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모르건이란 이름의 이 유목민은 탄광업체의 차량이 밤낮으로 운행되는 탓에 소음과 분진에 시달린다며 네이멍구 시린하오터 시청사 앞에서 30여 명의 친지들과 함께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르건이 탄광업체의 트럭을 가로막았고 트럭 운전사는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돌진해 모르건을 숨지게 한 것입니다.

광산업체와 유목민의 갈등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8년 광산업체가 탄광 개발을 시작하면서 유목민들은 지하수 부족과 탄광 분진, 그리고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입자 탄광 개발 중단과 함께 보상을 요구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몽골족들은 모르건의 죽음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뿐 시위 발생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몽골족들이 소수민족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을 참아오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애초 모르건의 동료 유목민들이 벌인 항의시위가 이제는 몽골족 중.고교생과 대학생들까지 가세한 시위로 이어진 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위 양상도 단순한 항의에서 반정부 구호로 변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네이멍구는 북쪽으로 몽골, 러시아와 접하는 원래 몽골족의 거주지였습니다. 하지만 한족의 적극적인 이주정책으로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인구인 2천470만 명 가운데 한족의 비율은 80%인 데 비해 몽골족은 17%에 불과할 정도로 세력이 약화됐습니다.

게다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혁명 기간에 네이멍구의 몽골족은 당시 소련과 연합해  몽골과 합병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 무자비한 공격을 당했고 이 때문에 숨진 몽골족 수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석탄 자원이 풍부한 네이멍구의 탄광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몽골족이 점차 삶의 터전인 초지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몽골족과 한족 간 경제·문화적 충돌이 이제는 정치적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족을 향한 분노는 자연스럽게 몽골족의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요즘 굉장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네이멍구 자치구는 티베트나 신장위구르 자치구와는 달리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인접해 있어 이곳에서 민족 갈등이 심화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 주석 까지 직접 나서 사회관리 체제를 강화하고 혁신하면서 사회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원칙론과 당근책을 병행하면서 민심달래기에 나섰는데요, 모르건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를 체포해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고 강조하면서, 탄광회사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환경손해를 입은 유목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다 네이멍구에 올해에만 790억 위안, 우리돈 13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몽골족 학생과 교사들을 설득해 시위에 가담하지 않도록 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네이멍구의 각 도시는 사실상 계엄상태에 돌입했습니다. 도시 곳곳엔 무장경찰이 배치됐는데 특히 대학에 집중적으로 병력을 파견해 학생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몽골족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악명높은 인터넷 검열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멍구의 긴장 상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베이징에서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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