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속 남성은 '시에드 살림 샤흐자드'라는 40살 된 파키스탄 남성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넉넉하게 생긴 이 남성은 파키스탄 기자인데, 지난 5월 31일 자동차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샤흐자드 기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오늘 들어온 외신이 눈에 띕니다. 파키스탄 정부가 언론인들에게 자기 방어를 위해 소형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여기서 소형무기라면 '권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먼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샤흐자드 기자 피살 사건에 대해 간략히 요약해드리겠습니다.
<뒷모습이 보이는 소년은 故샤흐자드 기자의 아들>
샤흐자드는 지난달 27일 파키스탄군과 국제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의 커넥션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알 카에다가 자신들과 접촉한 혐의로 체포된 파키스탄 해군 관리들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5월 22일 해군기지를 보복 공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12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샤흐자드 기자는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고, 31일 자신의 집에서 150km쯤 떨어진 곳에 세워진 그의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파키스탄 인권단체는 샤흐자드 기자가 실종되기 전 "파키스탄 정보부(ISI)로부터 미행과 감시를 당하고 협박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보부는 샤흐자드 기자 피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논란이 커지면서 유수프 라자 갈라니 총리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ISI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짜 범인을 잡겠다고 밝혔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파키스탄 정보부(ISI) 건물>
이런 와중에 파키스탄 정부가 기자들도 자기방어를 해야한다며 소형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입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기자들에 대한 공격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이전부터 언론인의 무기 소지 허용 문제를 검토해왔다며, 이번 결정이 샤흐자드 피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 기자협회는 "우리는 기자이지 군인이 아니다. 언론인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며 정부 방침을 비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기자들이 자신을 지키기위해 총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도대체 기자들이 그 권총으로 누굴 쏜다는 말입니까? 파키스탄 정부의 이번 결정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샤흐자드 기자 피살 사건의 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해서 누군가 탁상공론을 내놓은 것이든지, 아니면 파키스탄 기자들을 향해 "거 봐라, 너희도 죽기 싫으면 앞으로 정권에 불리한 취재를 할 생각은 아예 접어라"는 의미의 간접적 경고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0년대 들어 피살된 언론인은 모두 몇 명이나 될까요?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동안 전세계 언론인 141명이 피살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에 파키스탄의 '샤흐자드' 기자 피살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가끔씩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기자 피살' 소식은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저는 올해로 만 17년 째 기자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과거 사회부 기자 시절에는 나름 고발 기사를 여러 차례 쓰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죽이겠다"는 노골적 협박까지는 아니었지만, 제가 쓴 기사 때문에 세 차례 협박이나 위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기사 때문에 어떤 위협을 당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첫 번째는 며칠 동안 계속 미행을 당했고, 두 번째는 "가만히 안 두겠다"는 전화 협박을 받았고, 세 번째는 제 가족에 대한 협박을 받았습니다. 아마 저 말고도 고발기사를 많이 썼던 기자들이라면 상당 수가 한두 번쯤은 비슷하거나 더한 협박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기자들이 가끔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하다보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실제적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자들의 존재가 혼탁한 이 세상을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자그마한 힘이 되지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 국내에서 왜곡된 언론과 언론인을 둘러싸고 숱한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주변에 아는 기자들이 있으시다면, 이 기회에 전화라도 한번 해서 어깨를 두드려주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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