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강용석 의원 제명안, 본회의 통과 쉽지 않아

[취재파일] 강용석 의원 제명안, 본회의 통과 쉽지 않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오늘(30일) 무소속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해 7월 강 의원이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여성을 비하하는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윤리위에 징계안이 회부된 지 10개월여만의 일입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여야 의원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30일) 전체회의에는 이 중 12명이 참석했습니다.

<<제명안 의결 참석 의원>>
*한나라당  : 정갑윤 손범규 나성린 이한성 임동규 (불참)최병국 유일호(=>해외출장),박영아(=>의총 참석)
*민주당    : 홍영표 장세환 박선숙 이찬열 서종표
*선진당    : 임영호
*무소속    : 유성엽 

이 가운데 나성린 의원은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대에 열린 한나라당 감세철회 의원총회에 발제자로 나설 예정이었는데, 동료 의원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부랴부랴 윤리특위 회의에도 참석했습니다.

표결 결과는 12명 가운데 11명이 제명안 찬성. 1표가 무효였습니다. 무효 1표도 '가'란 아래칸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지 않고, '가' 글자에다 동그라미를 했기 때문에 무효처리했습니다.  (어떤 의원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어쨌든 형식적인 흠결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2명 참석 의원 전원이 제명안에 찬성한 겁니다.

10개월 동안 끌어왔던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 의결은 이렇게 불과 5분여만에 마무리됐습니다.

'동료 의원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아가면서까지 거의 10개월을 미적미적거리던 강용석 의원 제명안 의결이 이렇게 초 스피드로 이뤄진 배경은 뭘까요?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지난 25일 서울 서부지법 판결 내용입니다. 법원이 모욕과 무고 혐의로 기소된 강 의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는데, 금고형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강 의원은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감안해야겠지만, 사법부의 1차 판단이 유죄로 내려진 만큼, 의원들로서도 더 이상 강 의원을 감싸줄 명분도, 의무도 없어진 셈입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국회 윤리특위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제명안이 의결된 만큼, 이제 강 의원 제명은 시간 문제일까요? 아직 절차상 국회 본회의 통과가 남아 있는데, 개인적으론 가장 큰 난관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단 여야는 이미 6월 국회 일정을 짜놨습니다. 여야 합의한 일정표에 따르면 본회의 안건 처리는 1일, 23일, 29일 30일 잡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1일날 제명안을 표결 처리할 거라는 기사도 쓰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오늘 6월 국회에서 처리할  안건에 대해 협상을 벌였는데, 강용석 의원 제명안은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한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 취임한 뒤 처음으로 국회를 여는 건데, 오프닝부터 동료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고 싶겠냐"며 그 이유를 나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여야 원내수뇌부도 아무래도 동료 의원을 제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23일 이후에는 제명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의원 제명안 의결 요건이 만만치 않습니다. 헌법 62조 3항에 따르면, 의원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면 수치상으론 국회의원 299명 중에 2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200명이 본회의장에 출석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200명 참석자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야 합니다. 내년 총선이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역구 다지기에 바쁜 의원들이 무려 200명이나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할 것을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 여의도의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무기명 투표입니다. 국회법 제112조 5항에 따르면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즉, 강 의원 제명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처리한다는 겁니다.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면 어떤 의원이 제명안에 찬, 반을 찍었는지 드러나지 않게 됩니다. 윤리위원회 표결만 해도 누가 찬반을 찍었는지 금방 드러나는 것에 비하면, 본회의 무기명 투표는 의원 입장에서는 여론의 부담에서 훨씬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강 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심지어 여성 의원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많은 숫자일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강 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이 많으면 많을 수록, 본회의 참석 의원은 물론 제명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할 의원의 숫자는 200명보다 더 많아져야 합니다. 강 의원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다는 이유가 바로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헌정사상 의원직 제명은 지난 1979년 10월 의원직을 박탈당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가 유일합니다. 김 당시 총재는 <뉴욕타임스>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국민에게 소외받는 정부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다수 중에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공화당과 유정회로부터 제명조치됐습니다.

김영삼 당시 총재와 이유는 사뭇 다르지만, 만약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윤리 문제로 제명되는 첫 사례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본회의 통과는 단순 숫자만 놓고 봤을 땐 쉽게 낙관할 수 있는 과정은 아닐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국회 의원들의 '동료 의원 감싸기'인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과정은 지금까지 거쳐온 과정보다 본회의 표결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