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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죽는 마을…발암물질 검출 지하수 방치

<8뉴스>

<앵커>

미군 부대에서 시작된 환경오염 때문에 주민 27명이 암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마을이 있습니다. SBS 취재결과 지하수에선 최근 왜관 미군기지에서 나온 종류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는데, 해당 지자체는 몇년째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김범주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보령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줄줄이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 건 지난 2009년 5월.

[최형재/마을 주민 : 이렇게 가면서 전부 다 암으로 죽었어. 나 참 이상하대.]

[함성희 : 저쪽에 아줌마는 위암으로 죽고, 여기 아저씨는 폐암으로 죽고, 우리 집 양반도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전체 주민 72명 중 암에 걸린 사람은 13명으로 한국인 평균 암발병률의 다섯 배나 됐습니다.

주민들은 6~70년대 마을에 주둔했던 미군부대에서 새어 나온 기름이 식수로 쓰던 지하수에 섞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함성희 : 제일 처음에는 물이 맑아요, 받을 적에는. 맑은데 그 놈 받아 놓으면 기름 뜨고 물이 빨갛게 변하더라고요.]

미군이 기름을 땅에 버리는걸 직접 목격했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당시 미군기지 근무 주민 휘발유, 경유 다 드럼 탱크를 다 열어놔버렸어요. 그게 차로 아마 한 그날 저녁 쏟은 것만 해도 일곱 여덟 차, 기름 나르는 트럭 일곱 여덟 대 될 거예요.]

실제로 암환자는 대부분 미군 유류저장고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故 최영재/직장암으로 2009년 9월 사망 : 하여튼 나만 남았어요, 이쪽으로는. 여기 철조망 가로 다 죽었어요, 암으로.]

보령시는 지하수를 조사해봤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령시 관계자 : 기준치가 있으니까 기준치 이내에 전부 그런 것들(발암물질)이 나왔다는 것이죠.]

그러나 취재진이 직접 시험기관에 의뢰한 지하수의 수질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기름과 세척제에 주로 쓰이는 독성 발암물질, PCE가 먹는 물 기준치의 세 배까지 검출된 겁니다.

최근 왜관과 부평 미군기지에서 검출된 발암물질과 동일한 것입니다.

[故 최영재/직장암으로 2009년 9월 사망 : 우리는 먼저 그런 걸 몰랐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 걸 먹었던 것이 또 굉장히 후회가 되고.]

취재 직후 보령시는 자체 검사에서도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역학조사 등 대책마련을 약속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취재진이 마을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그 사이 암환자는 13명에서 27명으로 14명이나 늘었습니다.

[문수환/주민대책위원장 : 투병 중인 분이 9사람. 현재 투병 중이에요. 나머지는 다 돌아가셨지요.]

그런데도 보령시는 원인규명은 물론 오염방지조차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령시 관계자 : 역학조사는 우리 지자체에서 수행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어요. 지금은 (물을) 안 드세요.]

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농작물 재배에 지하수를 쓰고 있어 위험은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김난자/2003년 위암 발병 : 검사를 했는데 용종이 없는 사람이 없어요. 용종이 태반이에요.]

주민들은 미군이 관련된 환경 오염 문제에 자치단체는 물론 환경 당국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손인교/2007년 위암 발병 : 무슨 주민들을 위해서 시나 정부나 군이나 하나 시민을 위해서 하는 게 뭐 있냐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마을은 물론 미군 주둔지 주변 오염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오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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