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 잡아라. 얼굴 한번 보자"
2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66호 대법정.
박연호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피고인 21명의 첫 준비재판은 피해자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법원은 돌발 행동과 기습시위 등을 막으려고 진작부터 '법정보안 계획'을 세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이들의 울분이 표출되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부산저축은행에 땀 흘려 모은 돈을 맡겼다 낭패를 보게 된 피해자 50여 명은 이날 첫 공판 방청을 위해 새벽같이 부산에서 출발해 일찌감치 오전 10시께 서울에 도착했다.
재판은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법원이 사전 공지한 대로 선착순 배부하는 방청권을 받기 위해서였다.
법원은 재판 시작 30분 전부터 이중 검색대를 설치하고 방청객의 소지품과 신원을 철저히 확인했다. 200여 석의 대법정은 순식간에 취재진과 법원 직원, 피해자로 꽉 들어찼다.
재판부가 입장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법원이 앞서 수차례 정숙을 당부했지만, 미결수복을 입은 박 회장 등 피고인 21명이 모습을 드러내자 법정은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돌변했다.
일부 피해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 돈 내놓으라'고 울부짖었고 몇몇은 얼굴을 감싸쥐며 서럽게 울었다. 여기저기서 욕설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법원 측은 공익요원 20명과 사복 경찰, 법정 경위 등 40여 명을 배치해 플래카드를 빼앗는 등 서둘러 대처했지만, 이들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재판부가 퇴정 조치를 여러 차례 경고하고 나서야 겨우 분위기가 진정됐다.
박 회장 등은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 등을 묻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으며, 어떤 피고인도 뒤쪽 방청석으로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분노는 변호인에게까지 이어졌다.
재판부가 변호인을 확인하자 "어떻게 이런 사람을 변호하느냐", "돈이 그렇게 좋냐" 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튀어나왔다.
재판은 30여 분만에 끝났지만 일부 흥분한 피해자는 법정을 떠나지 않아 장내는 또다시 고성과 욕설로 가득 찼다.
피고인들은 경비대 등의 보호를 받으며 재판정 옆 다른 법정 통로로 빠져나갔고, 갇혀 있던 변호인들도 법원 측의 안내로 법관 통로를 이용해 법정을 나갔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 피해자는 법정에 드러누워 통곡했고 법원 직원에게 하소연하거나 화를 내기도 했지만, 다행히 기물파손이나 폭행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피해자 최태훈(50)씨는 "돌려줄 돈이 한 푼도 없다더니 저마다 비싼 변호사를 두 사람씩 붙였다. 피 같은 서민들 돈으로 자신을 방어하겠다는 저들을 보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내 돈 돌려줘"…울분 뒤덮인 법정
부산저축은행 사건 첫 재판, 고성.통곡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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