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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여자 목욕탕 훔쳐보기

미술전시/ 이영빈 개인전

좌우로 교차하는 선들은 파란색들 사이로 지나갑니다.

이곳은 바로 여자 목욕탕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하네요.

[성가영/ 학고재 큐레이터 : 보시면 알몸의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그건 작가 자신을 상징하거든요. 작가 자신이 목욕하는 모습이 주로 나와 있어요.]

어릴 적 학교 운동장과 목욕탕은 굉장히 넓은 놀이터였습니다. 내 몸이 작은 줄 모르고 마음껏 뛰어다녔습니다. 이영빈 작가도 어릴 적 놀이터인 목욕탕이 여전히 좋은가 봅니다. 예술가의 놀이터로 또다시 화폭 안에 불러들입니다.

[성가영/ 학고재 큐레이터 : 공공장소임에도 사람들이 옷을 벗고 서로 의식을 하지 않고 몸을 씻는 곳이잖아요. 그런 공간에 매료되어서 2002년부터 계속 작업을 하고 있고...]

벌거벗고 뛰어다닐 수 있었던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여자 목욕탕을 구경하게 되는군요.

어른이 된 지금 목욕탕은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면 어릴 때의 때 묻지 않은 마음을 떠올리려고 목욕탕으로 향한다는 작가의 생각에 웃음 짓게 됩니다.

[성가영/ 학고재 큐레이터 : 내면의 치유를 받고 싶은 그런 힘든 일들이 있을 때 목욕탕에 자주 가서 목욕한다고 해요. 목욕탕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다 자기 내면에 있는 그런 공간을 구현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일상의 한 장면을 이렇게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고상하고 높고 위대한 생각들과 일상의 소소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위대한 발견이 목욕탕에서, 화장실에서 생기기도 하니까 굳이 차별을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반복되는 파란색 목욕탕 타일 속에 점점이 녹아 있는 수많은 상상도 세상의 이치와 맞닿아 있는 듯이 보입니다. 목욕탕 생각 속에 잠겨 작아진 '나'의 모습은, 어릴 적 몸이 작아 크게 보였던 목욕탕 속의 '나'와 닮았습니다.

다음번 목욕탕에 가게 되면 작가의 그림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벌거벗고 마주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공간을 보며 태초의 공간을 떠올리는 것은 저 혼자뿐일까요.

취재협조 - 학고재 갤러리 <이영빈 개인전>, 큐레이터 성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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