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선을 훌쩍 넘었던 코스피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주범(?)은 외국인들이 쏟아내는 순매도 물량. 개인들이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외국인은 2009년 중순부터 우리나라 시장에서 순매수 추이를 이어왔다. 그만큼 실체보다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측이 맞았는지 올들어 자동차, 화학, 정유 등 국내 수출업계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주가 또한 고공행진 이어갔다. 일본 대지진으로 산업시설이 대거 파괴되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겹쳤다.
그런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최근 눈에 띄게 주춤해지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외국인은 10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열흘간 순매도 규모는 3조 7천억원에 달한다. 이것은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김시라 극도로 불안했던 2009년 2월부터 3월사이 17거래일 연속 매도 이후로 가장 긴 매도공세다. 천안함 사태때도 9거래일 연속 순매도였다.
외국인은 일본대지진 직후 두달여동안 5조 7천억어치 주식을 사들였는데 절반이 훌쩍 넘는 규모를 단기간내 팔아치운 것이다. 서둘러 우리시장에서 빠져나가려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세계경제에 불안요인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칼 등 유로지역 재정위기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나오는 경기지표, 주로 고용과 부동산 쪽이 향후 경기 회복세를 장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요인때문에 신흥시장에 몰렸던 글로벌 자금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 외국계자금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를 주도하는 세력도 '유럽계자금'인데 유로지역 위기가 다시 불거지니까 유럽계 투자자가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주식이 많이 오른 종목 위주로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로 자동차와 화학 업종 등인데, 3월을 기점으로 세계 경기선행지수가 껶였고, 향후 경기가 나빠지면 수출기업 위주의 주도주 강세가 훼손될 수 밖에 없어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증시에서 유독 더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많이 파는 것은 운수장비와 화학업종이 글로벌 동종 기업 대비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
외국인들이 주가하락에 베팅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추세적 하락을 점치는 것이다. 외국계 투자자의 공매도가 최근 급증한 것을 시장은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파는 것으로 미리 비싸게 팔았다가 싸게 사들여 갚으면 차익이 생긴다. 주가 하락을 노린 전략으로, 거래 참가자의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기 때문에 증시 수급상황에서 외국인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최근의 매도 공세를 놓고 '바이(Buy) 코리아에서 바이(Bye)코리아로 가는거 아니냐'라는 염려가 나오고 있는데 일단 '추세적인 이탈'이라기 보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수준이라고 본다면 그리 비관적이진 않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중장기 전망이 대부분 낙관 일색이라는 점은 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진정돼 시장이 가장 싫어한다는 '불확실성'이 좀 사라지면, 우리 수출기업들의 건전성이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외국인의 매물폭탄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주도주 역할을 톡톡히 했던 현대차가 부품업체 한 곳의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미숙한 공급시스템을 만천하게 드러낸 것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에는 상처를 남겼다. 결국 증시전반을 둘러싼 환경도 중요하지만 기업 자체의 '경쟁력'과 '내실'이 주가에도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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