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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의 트라우마' 5월 광주 담은 여고생 일기

장학사 주소연씨 기록, 유네스코 유산 등재

'31년의 트라우마' 5월 광주 담은 여고생 일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에 썼던 일기장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되게 된 여고생의 소회는 어떨까.

주인공은 5.18 당시 광주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주소연(49ㆍ여ㆍ서울시교육청 장학사)씨.

25일 광주시 측이 공개한 주씨의 일기는 시민군의 마지막 보루였던 전남도청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접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전개 양상과 계엄군의 만행을 대학 노트에 세밀히 기록하고 있다.

1980년 5월22일 일기는 "18일부터 정부에서 공수부대의 파견으로 많은 민주시민들이 무차별 학살당했으며,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갖은 만행을 벌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어 "사망자는 밝혀진 사람만 해도 200명을 능가하고 실종자는 거의 한 동에 몇 사람꼴로 나타나고 있지만 매스컴은 이러한 사실을 일절 발표하지 않고 정부 편에 서서 우리 민주시민을 폭도로 몰고 있다"고 했다.

주씨는 같은 달 23일 일기에서는 "공수부대는 몽둥이, 대검, 총으로 시민을 무차별 살해했고, 구경만 하던 어린이, 할머니까지 살해해 시민들은 좋지 못한 일인 줄 알면서도 무기고를 털어 총으로 대전해 물리쳤다"고 썼다.

그는 일기장에서 "영어는 믿어도 한국어는 못 믿는다"며 언론의 편파ㆍ왜곡보도에 대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주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일기장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문의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두려웠다"고 말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는 "처음 15년간은 (군사정권 때문에) 감춰야만 했고, 이후에도 트라우마 때문에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가 드러나 다른 이들에게 내가 나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5.18 피해자로서의) 모습으로 보여지고 평가되는 게 두려웠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주씨는 앞으로 자신의 일기장을 보게 될 이들이 5.18 당시의 상황을 "그 현실 그대로 담백하게, 어떤 것도 첨가하거나 미화, 폄하하지 않고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지난 2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주씨의 일기장을 비롯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을 등재하도록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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