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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야구광 부시, 파울 볼을 놓치다!

- 부시 前 대통령과 야구…그리고 정치

[취재파일] 야구광 부시, 파울 볼을 놓치다!

조지 W. 부시!  재선을 거치며 2001년 1월부터 2009년 1월까지 8년간 세계 최강국을 이끌었던 미국 43대 대통령입니다. 부모 잘 만난 덕에 큰 어려움 없이 대통령에까지 오른 운 좋은 왕자(?)의 이미지와  함께 어법에 안 맞는 표현을 남발하고 과격한 성격 주체 못하는 별로 유능하지 못한 정치인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또, 네오콘을 대표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전형적인 미국 우월주의자, 일방주의자란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재임 시절 부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야구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는 사실입니다.

퇴임 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유년 시절을 보냈던 텍사스 댈러스에 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요즘도  매년 적어도 예닐곱 차례는 직접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러 야구장을 찾습니다. 어제도 부인인 로라 여사와 함께  텍사스 알링턴의 레인저스 파크를 방문했습니다.




홈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야간 경기였는데, 부시 부부는 더그아웃 바로 위 관람석 맨 앞줄의 테이블 좌석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야구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텍사스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6회 말, 텍사스의 선두타자 아드리안 벨트레가 친 파울 타구가 하필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머리 위로 치솟았습니다.

시카고 포수 AJ 피어진스키가 공을 잡기 위해 달려오는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도 일어나 공을 잡으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높이 솟아오른 공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부시 전 대통령은 겁이 난 듯 몸을 뒤로 제치면서 공을 피했습니다. 옆에 있던 로라 여사도 머리를 감싸쥐며 몸을 숙였습니다. 공은 부시 전 대통령 앞의 테이블에 맞고 튀어 뒤로 날아갔습니다.

공을 잡기 위해 달려갔던 시카고의 포수 피어진스키도 팔을 뻗어 공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피어진스키는 "대통령이 앉아 있어서 차마 점프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텍사스 팬인 부시 대통령은 "못 잡아서 다행"이라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한때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를 맡기도 했던 알아주는 야구광인 부시 대통령에게 야구는 단지 좋아하는 스포츠를 넘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부시 부자는 모두 야구를 좋아해서 아버지 부시는 예일대 재학시절 야구부 주장까지 했고 두 차례나 칼리지 월드시리즈 무대에도 섰었던 정통 야구인이었고, 그 보다는 못했지만 아들 부시 역시 리틀야구팀에서 나름의 활약을 했었습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유력한 정치 가문이었던 부시 집안에서 자란 아들 부시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늘 '아버지 보다 못한 아들' 컴플렉스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예일대 역사학과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오긴 했지만 학창 시절 부시는 술과 마약에 손을 대며 방탕한 생활에 빠져 지냈었습니다. 서른 살 때인 1976년에는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서른 두 살에는 텍사스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6% 표차로 패배했습니다. 석유회사를 설립했지만 석유값 하락으로 그마저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자리를 못잡고 떠돌던 부시는 레이건 집권과 함께 부통령 자리에 오른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텍사스를 떠나 위싱턴으로 가 정치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1988년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텍사스로 돌아와 동업자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바로 메이저리그 야구단 인수였습니다. 부시는 4천6백만 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를 매입해 구단주가 됐습니다. 이게 부시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자 정치인으로서 성공의 발판이 됐습니다. 부시는 강한 추진력으로 텍사스 레인저스를  흑자 구단으로 이끌었고 이에 호응해 팀 성적도 훌륭했습니다. 알링턴 구장 개장도 그의 작품입니다.

홈구장에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그는 항상 팬들과 함께 스탠드에 나와 경기를 즐김으로써 텍사스 주민들로 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1993년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거푸 재선까지 성공하며 텍사스 최초의 재선 주지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민주당 엘 고어 후보와 법정까지 가는 치열한 개표 공방 끝에 43대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야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계속돼 리틀야구 경기를 후원하며 경기장을 찾아 어린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고, 시즌이 되면 집무실에 TV를 켜 놓고 야구 중계를 보기 일쑤였습니다. 테러 위험을 무릅쓰고 2008년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을 때도 가죽 점퍼에 야구 모자를 눌러쓴 차림이었는데, 모자에 새겨진 43이라는 숫자는, 물론 43대 대통령을 뜻했습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금, 부시가 유력한 차기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입니다. 부시의 야구 사랑은 여전해 지난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도 86세 고령의 아버지를 모신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마운드에서 시구를 했습니다. 스트라이크를 정확히 꽂아 넣으면서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시구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관전하는 부시 패밀리의 모습은 꽤나 멋져 보였습니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소지가 다분한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가 야구로 인해 소탈하고 가정적이며 건강한 쪽으로 상당 부분 희석된 게 사실입니다. 이미지 정치의 좋은 예인 셈이지요.

전임자에게 자극을 받았던지 오바마 대통령 역시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인데요, 오바마의 주 종목은 잘 알려진 것처럼 농구입니다.

이처럼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 스포츠를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미국의 스포츠 산업도 지지않는 꽃처럼 융성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비록 파울 볼은 놓쳤지만 부시 대통령은  인기의 끈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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