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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월21일! 그러나 지구 종말은 없었다!

[취재파일] 5월21일! 그러나 지구 종말은 없었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수(米壽, 88세)를 넘긴 미국인 예언가가 지구 최후의 심판일이라던 5월 21일이 그렇게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다행입니다!

지난번 취재파일에서 5월 21일을 앞두고 어떤 계획을 세우셨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독자분들께 던지면서 그 말 꼬리에 "저는 조용히 다음 취재파일 쓸 준비나 하렵니다"라고 호기좋게 적어두었던 저였지만 실은... 어제랑 심지어 오늘 오전까지도 "에이~설마?" 하면서도 은근히 신경쓰였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약속대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취재 파일을 쓸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오늘 회사 출근해서는 평소보다 외신을 더 꼼꼼히 들여다 봤습니다. 희대의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 해롤드 캠핑의 변명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해서 캠핑의 홈페이지도 몇 차례 들어가 봤지만 역시나 깜깜 무소식이었습니다. 정중한 사과를 바랬다면 그거야 말로 순진한 기대였을 겁니다.
 



그저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해롤드 캠핑이 설립자이자 사장으로 있는 라디오 방송국 '패밀리 라디오'의 본사 건물이 자리한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발 뉴스였습니다. 캠핑의 5월 21일 종말론을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 설파해왔던 이 방송국 건물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캠핑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과 캠핑의 추종자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겠다며 달려온 소속 불명의 종교단체 회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밖에선 이렇게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방송국 건물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드나드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하루종일 그저 찬송가와 복음송만이 쉴새없이 틀어댔을 뿐입니다. 



전해드렸다시피 캠핑은 이미 1994년 종말론 주장으로 한 차례 조롱을 받았던 '종말론 전과자'입니다. 전직 엔지니어인 그는 그때는 날짜 계산을 잘못했었다고 변명을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이야 말로 틀림없는 휴거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11년 5월 21일로 못박은 근거로 그는 성경속 '노아의 방주'를 들었습니다. 노아의 방주로 유명한 대홍수가 일어난 해를 기원전 4990년 두번째 달 17일로 해석해 2011년이 그때로부터 7000년이 되는 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부터 7일이면 내가 사십주야를 땅에 비를 내려 나의 지은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버리리라"는 창세기 7장 4절과 "주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베르로후서 3장 8절을 근거로 창세기의 7일이 7000년을 뜻하는 것이라는 식입니다. 성경의 역법으로 5월 21일은 두번째 달 17일이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근거를 들었지만 아무튼 그의 예언은 또 다시 틀렸습니다.

 



지금 캠핑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캠핑은 5월 21일을 앞두고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5월 21일 하루 종일 아내와 함께 집에서 TV를 시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지역이 5월 21일 오후 6시를 맞으면 순차적으로 대 지진이나 홍수 같은 대 재앙을 겪게 될 것인데 그 상황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겠다는 얘기였습니다.

"만약 예언이 틀린다면 당신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5월21일이 아닐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거듭 주장하면서도 빗나갈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예고됐던 5월 21일 오후 6시가 지나면서 현지 언론사 취재진이 샌프란시스코만 앨러미다에 자리한 캠핑의 집으로 달려갔지만 창문엔 온통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고 합니다.



금방 진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무모한 종말론 예언을 캠핑은 왜 두번씩이나 남발했을까요?

전직 엔지니어였다는 것 말고는 이력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해롤드 캠핑은 목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종교인이라기 보다는 약삭 빠른 사업가에 가깝습니다. 라디오 방송국까지 소유한 백만장자인 그의 재산은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재산이 어느 규모인지 짐작은 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캠핑은 3천4백만 달러의 주식과 채권을 포함해 모두 1억 4백만 달러의 자산을 신고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1천 2백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입니다. 1천8백30만 달러나 기부했는데...누구에게 돈을 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예상컨데 교세 확장을 목적으로 정계나 정부기관 실력자들에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미국 언론사 기자들과 사정 당국에서 꼼꼼히 취재 혹은 조사, 수사해야될 부분 같습니다.).

종말론을 무기로 교인들을 끌어 모아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헌금으로 축적한 부가 아닐까하는 추측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를 비판해 온 미국 언론들도 이런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타임스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If a man really wanted to make a million dollars, the best way to do it would be start his own religion." 한마디로 부자가 되고 싶으면 종교를 만들어보라는 얘기인데 혹세무민하는 그릇된 종교인들에 대한 비판과 비꼼의 표현인 셈입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

캠핑은 이제 그야말로 혹세무민하는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을 떨치기 어렵게 됐습니다.

"캠핑씨! 당신의 무책임한 종말론으로 사람들의 평온한 주말이 망가졌습니다. 자 ~ 이제는 당신이 책임지실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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