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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불임 오이'의 이면을 보면…

[취재파일] 중국, '불임 오이'의 이면을 보면…

중국의 불량 식품 파문 리스트에 이번엔 오이가 올랐습니다. 이른바 '불임 오이'입니다. 농사일은 잘 모르지만 오이 꽃이 필 때 쯤 피임약과 같은 성분의 호르몬제를 뿌려줘 키운 것입니다.

이 호르몬제는 일종의 생장촉진제로,  호르몬제 농약 '세례'를 받은 오이는 탐스럽게 자라고 육질도 부드러워지고, 무엇보다 오이 꽃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신선하고 싱싱해 보이기 때문에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오이 농가 사이에서는 피임 재배법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합니다.

'불임 오이'보다 며칠 앞서 중국에서 수박이 폭발(?)했다는 다소 황당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수박이 쩍쩍 갈라지면서 퍽퍽 터졌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이 역시 생장촉진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재배 초기, 수박이 비교적 크지 않았을 때 생장촉진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재배농의 무지 내지 실수, 또는 탐욕에 거의 다 자란 수박에 생장촉진제를 과도하게 뿌려준 결과 수박이 저절로 갈라지면서 터져버리는 웃지못할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생장촉진제 역시 농약의 일종인 만큼 과하게 사용할 경우 당연히 인체에 해로운 작용을 하기 마련이어서 오이의 경우 장기간 먹을 경우 '불임'을 초래할수 있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경고했습니다.

오이나 수박 외에도 중국에서는 올 들어서만도 독성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부터 옥수수 대신 염색제로 만든 만두, 발암물질인 아질산나트륨으로 키운 콩나물 등 종류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불량 식품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식품은 무엇하나 마음놓고 믿고 먹을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해보면 연일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불량 식품 파문이 분명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불량 식품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은폐된 채 유통되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중국 불량 식품을 알게되는 계기는 대개 중국 언론의 기사입니다. 중국 언론이 먼저 불량 식품 보도를 하기 전에는 사실 한국 언론이 독자적으로 취재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취재 정보의 소스가 중국 정부 또는 중국 언론이라는 얘기입니다.

만일 중국 정부나 언론이 국가 이미지를 고려해 관련 내용을 덮어버리거나 보도하지 않는다면 알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불량 식품이 없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또 안다고 해서 바로 불량식품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더욱이 13억이 넘는 그많은 중국의 인구를 감안해보면  지금 어딘가에서도 불량식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돼지고기와 만두, 콩나물, 오이 등등에 이어 또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언론에 불량 식품 사례가 감춰지지 않고 보도된다는 것은 정부나 사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아직 성과가 미미할지라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와 언론은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중대 불량식품 사범에게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처벌을 높였고 국가 최고 지도자인 원자바오 총리까지 나서 중국인의 도덕심이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의식도 날로 높아지고 있고 네티즌들은 불량 식품 고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중국의 1인당 GNP는 지난해 4천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가는 세계 2위로 올라섰지만 국민의 소득 수준은 아직 개도국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사회 발전 정도가 소득 수준과 비례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이 정도 소득 수준이었던 지난 80년대에는 한국 사회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량 식품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걸로 기억합니다.

소득 수준이 1만 달러로 높아진 90년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말기인 지난 96년 콩나물 농약 사건이 터졌고, 청와대 식탁에까지 문제의 농약 범벅 콩나물이 올라왔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불량 식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계도가 이어졌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국도 우리가 겪었던 이런 '성장통'을 현재 겪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불량 식품과의 전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듯 중국도 머지 않아 이를 이겨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최근 우리 언론에서 중국의 불량 식품에 보여주는 과도한(?) 관심의 이면에는 G2로 급부상한 중국에 대한 경계심 내지 질투심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밑으로만 생각해왔는데 어느새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큼 성장한 중국에 대해 "거 봐라, 중국은 아직 멀었어" 하고 내심 안도하는 심리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국에서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는 식품 대부분은 안전합니다. 특히나 한국에 정식 수출되는 식품의 경우 더욱 엄격한 국내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그만큼 더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웃 국가가 '성장통'을 이겨낼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또 어떻게 이겨내는지 차분히 지켜보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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