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은 뉴스를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기자가 되기 전에는 수의사였습니다. 수의사 중에서도 병리학이란 기초 의학을 전공했습니다. 주로 실험동물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하고 어떻게 세포나 조직이 변하는지를 현미경으로 보는 일을 했습니다.
부족한 실력에도 운이 좋아 군복무도 군내 ‘의학연구소’란 곳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주로 했던 실험 가운데 하나가 ‘농약 독성’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군 장병들이 먹는 음식에 농약이 얼마나 있는지를 검사하고, 또 그 농약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농약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라고 쉽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험을 거듭할수록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에는 다양한 종류의 농약이 묻어 있었고, 또 이 농약을 쥐 같은 실험동물에게 장기간 투여했을 때에는 신체에 큰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독성이 약한 농약이라고 해도 장기간 투여하자, 실험동물의 간이나 위 같은 장기가 망가지고, 신경계에도 이상이 생기는 문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가 봄철을 맞아 시중에 판매되는 종삼을 수거해, 잔류농약 검사를 했습니다. 종삼은 흔히들 미삼이라고 알고 계신 1년된 인삼으로, 양념에 무쳐 먹으면 인삼의 쌉쌀한 맛과 달콤한 맛이 잘 어울려 봄철 반찬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검사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종삼을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검사 대상 22건 가운데 7건에서 ‘톨크로포스-메칠’이라는 농약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이 농약은 살균제의 한 종류로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신경계에 이상을 가져와 두통, 기억마비, 심지어는 심장질환까지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얼굴에 있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눈동자를 축소시키고, 이로 인해 시력이 감퇴하거나 심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농약입니다.
그럼 왜 이 농약이 인삼에서 검출 됐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돈을 조금 더 벌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인삼은 대게 1년짜리 종삼을 본 밭으로 옮겨 심어 6년근이 되면 출하를 하게 됩니다. 이때 어린 종삼을 본 밭에 옮겨 심으면 면역력이 약해 병충해에 약해 잎이 말라 죽는 등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살충제를 뿌려 인삼에 있던 균을 죽입니다. 일종의 어린 인삼에게 주는 예방주사라고 할 수 있죠. 그 살균제가 이번에 검출된 ‘톨크로포스-메칠’이란 약물입니다.
사실 여기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인삼이 6년근이 돼 출하되는 동안 남아 있던 농약은 다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농약을 쳐서 본 밭으로 옮겨 심어야하는 이식용 인삼을 식용으로 유통했다는 사실입니다. 인삼을 본 밭에 옮겨 심으려고 농약을 뿌려 잔뜩 준비해뒀는데, 나중에 심고 나서 보니 일부가 남은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폐기처분했어야 하는데 그냥 버리기 아까워 시중에 유통을 시킨 것이죠. 결국, 우리의 욕심이 부른 화라고 할 수 있겠죠.
혹자들은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없어서 못 먹었다’, ‘그 정도는 먹어도 안 죽는다’, ‘괜히 언론에서 위험하다고 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등등. 맞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적 변화’는 ‘질적 변화’를 가져 옵니다. 우리가 과거에는 없어서 못 먹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흔히들 얘기하는 ‘웰빙’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조금 더 안전하고 깨끗한 먹을거리를 찾는 건 당연한 소비자들의 권리가 됐습니다.
한발 양보해 ‘당장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먹어도 안 죽는다’고 하더라도, 농약 독성은 대를 이어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관리를 해야하는 게 맞습니다. 독성물질이 유전자의 변형을 가져오고 이게 우리의 아들, 손자 혹은 몇 대를 지나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그 동안의 수많은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에서 확인된 사항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오늘 당신이 먹는 게 당신의 내일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농약이 묻은 농산물을 그냥 먹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사람이 먹었을 때 해로운 농약 102종을 정해 법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농약이 남아 있는 식품을 먹었을 때 사람의 몸에 해로운지는 남아 있는 농약의 양에 달려 있는데, 사람이 일생 동안 그 식품을 섭취해도 해가 없는 수준을 법으로 정한 것이죠. 이 기준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준치 이상의 농약을 사용해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그럼 어떻게 먹는 게 안전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물에 잠시 담아 두었다가 흐르는 물로 씻어 먹는 게 최선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흐르는 물, 담근 물, 숯, 식초, 소금물로 과일과 채로를 세척해, 농약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실험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모든 경우에 잔류농약이 80% 이상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숯이나 식초, 소금물로 씻을 경우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과일이나 채소를 드실 때는 물에 잠시 담아주셨다가 흐르는 물로 다시 씻어 드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더 이상 식탁에서 젓가락이 멈칫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취재파일] 농산물, 꼭 잘 씻어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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