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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지진 석 달 후가 가장 위험하다"

대지진 전문기자?

[취재파일] "대지진 석 달 후가 가장 위험하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저는 일본 연수를 준비하며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가 현장 취재를 가게 됐습니다. 당시의 취재 상황을 불로그에 연재하기도 했죠.

올해 1월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해 2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또다시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일생에서 흔치 않은 두 번의 대지진 현장을 모두 경험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된 셈입니다.

미국 9.11테러 당시 국제부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제가 대형 사건을 몰고 다니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을 들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도쿄 특파원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모인 사람은 각 사의 특파원 20여 명. 이 가운데 2명이 대상포진에 걸려 몸이 안 좋은 상태였습니다. 그만큼 3월 11일에 대지진이 발생 한 이후 기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도쿄에서만 취재를 했었던 KBS 카메라 감독까지 방사능에 피폭됐다는 소식은 단연 화제가 됐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며 의심하는 사람부터 "그럼 현장을 취재한 우리는?"이라는 불안의 목소리까지 분위기는 조금 무겁기까지 했습니다.

한 특파원은 대지진 발생 후 석 달 후가 큰 여진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크다며 지진 대비 용품들을 미리 챙겨놓으라고  하더군요. 대지진 이후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여진을 경험한 저로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더군요.

환송회를 끝낸 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데 침대가 한번 덜컹하더군요. 최근엔 잠잠했던 여진에 대한 공포가 다시 한번 살아났습니다. 며칠 전 폐쇄가 결정된 하마오카 원전 이야기는 더욱 섬칫합니다.

간 나오토 총리가 TV에 나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이 위치한 토호쿠 지방에 30년 내에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87%다. 언제 대지진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87%...일본인들은 어떻게 그런 말을 듣고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려가 만의 하나라도 현실로 나타날 경우 도쿄도 안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 아이들의 아빠로서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지진 발생 이후 취재 대상은 대부분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관련으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특파원으로서 이런 취재가 일생에 한번 겪을 만한 큰 일이지만 언제 이 사태가 끝나 다양한 취재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TV를 통해 이바라키현에서 큰 여진이 발생할 거라는 경보가 울려 나오고 있습니다. 든 상념을 뒤로 한 채 저는 또 취재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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