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빈 라덴 제거 작전, 어떻게 봤을까?

[취재파일] 빈 라덴 제거 작전, 어떻게 봤을까?

우리 시간으로 지난 2일, 미국 특수부대의 빈 라덴 제거 작전이 진행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국가안보회의 멤버들은 백악관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작전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모습이 시카고 트리뷴지 출신의 백악관 전속 사진사에 의해 촬영되면서 이 사진 한 장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국가안보회의 멤버들은 작전이 진행되는 순간을 모니터로 보고 있었다고 하는데, 수천 킬리미터 밖에서 그것도 건물 안에서 진행된 작전을 어떻게 화면으로 보고 있었을까요? 옆집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방송사 중계차가 현장에 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답은 특수부대원들이 착용하고 있던 헬멧에 있습니다. 이들의 장비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영국 BBC 방송은 군 장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 특수부대원들의 장비를 소개했습니다.

대원들의 헬멧 앞에는 아기 주먹 크기의 카메라가 있으며 뒷부분에는 작은 안테나와 송출기가 장착돼 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파키스탄에서 이 카메라가 촬영한 모든 영상은 미국으로 전송됐습니다.

땅 밑이나 콘크리트 벽 뒤에서 벌이지는 상황이라도 카메라에 잡힌 영상은 바로 전투기나 군 차량 중계기를 거친 뒤 위성으로 전달됐습니다. 이후 영상은 바로 백악관으로 전송됐으며 시차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백악관 안에서는 생생한 영상을 볼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국내 지하철 역 플랫폼에는 도시락 통 크기의 갭필러(gap-filler)라는 장비가 잇습니다.   이 장비가 있기 때문에 지하에서 원활하게 DMB TV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이 장비가 실외에서 받은 정보를 지하로 전달해줍니다. 이런 갭필러가 헬멧 근처에 있으면 촬영된 화면을 5개까지 동시 송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즐기는 무선 인터넷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장비는 일반 와이파이보다 수백 배 높은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 와이파이는 수신기와 송신기의 거리가 10미터를 넘지 못합니다. 10미터를 넘으면 정보 수신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특히 일반 와이파이는 두꺼운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송수신 가능 거리는 크게 떨어집니다. 그러나 특수부대원들이 갖춘 장비의 전파는 두꺼운 벽을 통과해서 20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송수신기에 영상을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전파가 벽의 미세한 사이를 통과할 수 있도록 작게 나누는 방법을 썼다는 얘기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오디오를 포함한 영상을 보내고 또 본부로부터 명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와이파이의 보안에 대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장비 역시 와이파이와 비슷하게 보안에 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적군이 이 장비를 통해 보내지는 정보를 해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아직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이런 단점도 멀지 않아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장비는 군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형 사건, 사고 현장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현장의 상태를 본부로 바로 전송해서 결정을 바로 바로 내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복구 작업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서 잠깐. BBC 보도를 보면, 이 특수 장비를 이용해 촬영한 화면에는 약간의 끊김 현상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0초 이상의 끊김이 발생하거나 사물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화면 수신 상태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리언 패네타 CIA국장은 빈 라덴을 비무장 상태에서 사살했다는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20분에서 25분 동안 현장에서의 영상 수신이 끊어졌고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화면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는 이 장비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CIA국장의 설명에 다시 한번 의문이 생깁니다.

또 마지막 순간에 영상이 수신되지 않았다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요? 결국 당시 백악관 회의실에서 이들이 시청한 영상이 공개되지 않고는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BBC의 관련 보도: http://www.bbc.co.uk/news/technology-13276467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