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면 주변에 배치된 것들도 무언가 틀려있습니다. 달력의 날자나 한자의 글씨가 그럴듯하지만, 일부러 사실과 다르게 그려졌습니다.
백지로 보이는 부분도 주변의 세밀하게 그려진 부분도 모두 주제가 아닙니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임대식/ 전시 큐레이터 : '중심'의 어떤 가치적인 부분을 부재시킴으로 인해서, 우리가 늘 ‘주변’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주변’은 우리가 한번쯤은 더 생각해 보고 한번쯤은 더 생각해 보아야 볼 수 있습니다. 스쳐지나갈 수 있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우리의 모든 일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쩌면 '중심'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제보다는 배우들의 성격이나 대사, 작은 행동, 또 소품 같은 특징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단편적인 흔적들이 의미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짧은 대사 한마디가 인생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변선영 작가의 그림은 흔히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곤 하는 사람의 심리를 비꼬고 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중심을 떠받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지금은 주류인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업적들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것 자체가 정확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오랜 시간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생긴 습관입니다. 글을 쓸 때는 하고자 하는 말을 부각시키도록 훈련받았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중심과 주변이라는 틀로 나눠 버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순위에서 밀려 났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꽤 아주 긴 시간 동안, 나는 그렇게 가치 있다고 명명 되어진 것들만을 바라보아 왔었다. 천천히 나의 관심의 초점은 배경에 불과하다고 느꼈던 중요치 않은, 가치 없는 것들에게로 옮겨지기 시작 했다, 왜냐하면 나는 가치 있다고 여겨졌던 그 무엇들에 너무나 싫증이 나있었기 때문에…. -작가노트 중에서-』
아름다운 색채의 주변과 백지상태로 남아 있는 형태 부분은 신기하게 잘 어울립니다. 벽지나 팝아트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치의 우월함보다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어울림입니다. 뭘 집중해서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 그림입니다. 가치나 무거운 철학을 주입시키는 일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취재협조 - 갤러리 아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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