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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십자가 시신' 현장 취재기

[취재파일] '십자가 시신' 현장 취재기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로마서 12장 1절)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조금 떨어진 산페드로 마을이라는 곳에서는 매년 부활절에 맞춰 십자가 고행 의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단 뒤 손과 발에 못을 박아 당시와 똑같은 고통을 체험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몇해 전 우리나라 네티즌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이 의식을 두고 너무 잔인하다며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과 신과 직접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의 대표적인 연례 행사로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2011년 경북 문경의 한 시골 마을에서, 실제로 한 사람이 십자가에 매달려 숨졌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무섭다는 느낌이 들기에 앞서 앞에 적은 저 성서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일반적인 범죄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힘들여 올라간 폐채석장의 분위기는 더욱 기괴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의 모습은, 가보기는 커녕 본 적도 없는 '골고다 언덕' 그 자체였고,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던 장소에 서면 마치 온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는 더 으스스합니다. 가시관을 쓰고, 흰 헝겁으로만 몸을 두르고, 채찍이 놓여 있고, 오른쪽 옆구리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나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볼 수 있는 거울이 매달려 있었고 양 옆에는 작은 십자가가 서 있었다고 합니다.

성서에는 예수의 양 옆에 도둑들이 매달려 처형됐다고 하지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머리 위에 무슨 글귀는 없었나요? 웬걸요, 아랍어, 희브리어 등 3개 언어로 '유대인의 왕'이라고 써 있었답니다.

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예수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숨진 김모 씨를 생전에 만났던 전직 목사는 김 씨가 '죄'에 대한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기자의 눈으로 보기엔, 과연 혼자 이런 고통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 씨가 숨진 자리에는 이런 성서 구절이 적혀 있었습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 (누가복음 4장 18-19절)

예수가 인류의 구원을 위한 '공생애'에 나서면서 '희년(禧年)'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되는 구절입니다만, 2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개인의 신앙이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설령 그럴지라도, 개인의 신앙이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친다면 그런 행동은 절대 용납받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앞으로의 경찰 수사를 우리가 지켜봐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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