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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금연 정책' 시행은 하지만…

[취재파일] 중국, '금연 정책' 시행은 하지만…
최근 중국 인터넷에 깜짝 놀랄만한 동영상이 올랐습니다. 네 살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두 어린이가 열차와 열차 사이의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어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말리기는커녕 "진짜로 담배를 피우는 거냐?", "진짜다. 연기를 내뿜지 않느냐" 등등 질문을 주고받으며 신기하게만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8뉴스에 보도를 할까 데스크하고 상의를 했지만 어린이의 흡연 장면을 보여줄 수도 없고, 너무 선정적인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이렇듯 중국은 흡연 천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 엄청 관대합니다. 흡연을 중요한 사교 수단의 하나로 여겨왔고 건강에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은 물론 오리혀 건강에 유익하다는 인식까지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술은 멀리하고 담배를 즐긴 마오쩌둥은 83살까지 살았고 술과 담배를 모두 즐긴 덩샤오핑은 93살 까지 장수했다는 말은 중국 애연가들이 즐겨하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인들은 또 장소에 상관없이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꽁초도 아무데나 버리는데 익숙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 어느 식당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남자 둘이 담배도 끄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황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뭐라는 사람 한 명 없더군요.

또 운전을 하다보면 차량 밖으로 꽁초를 그냥 내던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흡연 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이달 들어(5월1일)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실내 공공장소'에는 식당, 호텔, 술집, 커피점, 찻집, PC방, 터미널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공공장소의 운영자는 반드시 금연을 알리는 표지를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하고 담배를 피우는 손님을 제재해야 합니다. 이를 어길 때는 먼저 경고를 받게 되고 곧바로 시정이 되지 않을 때에는 우리 돈으로 최고 82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이 밖에도 식당과 호텔 등에는 담배 자판기도 설치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법으로 정해 놓고 규제를 해도 중국인들이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 저녁에도 어느 식당에 갔더니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제지하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공공장소에서의 전면 금연을 명문화한 새 규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손님에게는 아무런 처벌 조항이 없고 업소에만 벌금을 물리는 정도로는 강력한 흡연제재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베이징의 한 대형 식당 관계자는 "행정기관으로부터 새 금연 지침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중국의 흡연 문화상 이번 규정이 제대로 시행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흡연 인구는 3억 명에 달하고 무려 7억3천800만 명이 간접 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아직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아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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