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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POP이 KO승??

-K-POP의 성공 비결

[취재파일] K-POP이 KO승??

어제 국제 뉴스 가운데 눈에 확 띄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젊은이들이 루브르 박물관 앞에 대거 모여 시위를 한 것입니다. 그 이유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다음 달 파리에서 열리는 한 국내 한 대형기획사의 공연이 있는데, 표를 구하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시위도 전혀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모여서 한국 가요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게 다였습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시위까지 벌였을까요.

사실 그동안 TV나 언론매체에서 '한류가 대단하다'고 해도, 그저 '우리 것이니까 띄워주기겠지'라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약간은 의심을 품고 있었던 사람들조차도 어제 파리 시위 뉴스를 보고는 '한류가 대단하긴 하나보다'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지난달 한류를 찾아 우리나라를 방문한 50명의 프랑스 한류팬들을 취재했던 저도 '한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을 정도이니까요.

이런 '한류'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한류의 역사는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7년도 MBC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방영되면서 중국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HOT가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다른 한국 가요들도 서서히 알려지게 됐습니다. 우리 드라마와 대중음악이 중국과 베트남 쪽으로 서서히 퍼지기 시작한 이때가 바로 '한류 1기'입니다.

'한류 2기'는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합니다. 이 시기엔 드라마가 한류를 이끄는 중심축이었습니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의 인기는 일본과 중국부터 동남아 전체로 퍼져 나갑니다. '욘사마'와 '이영애'는 아시아권 '스타 중의 스타'의 반열에까지 올랐습니다. '보아'가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여러 차례 1위를 했고, '동방신기'와 '비'도 해외 공연을 이어나가며 한국 가요도 당당히 한류의 한 축을 차지합니다.

지금 불고 있는 '한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3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권을 넘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과 미국에까지 퍼져나가는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고 해서, '신한류'라 불리기도 합니다. 신한류의 핵심은 바로 아이돌 그룹과 이들이 부르는 코리안 팝, 케이팝(K-POP)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측정한 한류지수에서 음악 지수는 107로, 게임이나 방송, 영화 등 다른 콘텐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콘텐츠 수출 측면에서도 지난해 음악은 전년대비 90% 정도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우리야 TV를 켜고, 거리를 걷다보면 매일 듣는 음악이니까 잘 모르고 있는데, 전 세계는 왜 우리 가요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가장 첫 번째 이유로 꼽히고 있는 건 뭐니뭐니해도 '우수한 음악성'입니다. 힙합, 댄스, R&B 등 영미권에서 유행하고 있는 그 어떤 장르도 빨리빨리 흡수하고, 우리 특유의 리듬과 멜로디로 소화해낸다는 것입니다. 사실 요즘 인기 있는 가요의 대부분은 해외파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이 만들었습니다. 투애니원과 빅뱅의 곡은 테디, 원더걸스와 2PM의 곡은 박진영이, 소녀시대와 동방신기의 곡은 켄지와 김영후 등이 만들었는데요. 모두 미국 팝에 대한 경험이 많고, 실력이 있는 음악가들입니다. 또, 쉽고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로 되어 있어 한국어를 몰라도 따라하는 데도 아무런 지장이 되지도 않습니다. 지난달 방한한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마이클 잭슨의 전성기 앨범을 거의 다 만들어낸 대단한 프로듀서입니다-는 "한국 가수들은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음악적인 열정도 가득차서 크게 감명받았다"고 감탄했습니다. '보아' 같은 한국 가수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습니다.

K-POP 성공 비결 두 번째는 '신선한 비주얼'입니다. 우선 한국 가수들은 춤이 된다는 것입니다. 곡에 맞는 안무와 가수 개개인의 뛰어난 춤 실력을 보는 세계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심지어 프랑스 한류팬들은 유료 '한국 가요 댄스 교실'까지 열어 춤을 배운다고 합니다. 춤 말고도, 귀엽고 눈에 띄는 외모와 그에 맞는 패션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국 아이돌의 패션을 비롯해 노래와 춤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이른바 '커버 그룹'이 전 세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정도입니다.



소녀시대를 따라한 일본의 '엔도시대'라는 커버그룹입니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이뤄졌는데, 제법 소녀시대의 안무를 그럴싸하게 따라합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sEv8XDlaBRk&feature=related

또 다른 이유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들수도 있습니다. 기획사에서 연습생 시절부터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기본으로 배우는 등 언어부터 시작해서, 현지 문화까지 익힌 다음에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미 기획사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해외 활동을 해 온 경험이 축적이 되었기 때문에 더 잘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현지 인력 채용(?)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2PM의 닉쿤, f(x)의 빅토리아, 미스에이의 지아와 페이 등이 현지 홍보를 비롯해 현지 팬들과 소통에 있어 큰 힘이 된다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 뒤에는 '기획사'라는 거대한 뿌리가 있습니다. 여러 해에 걸친 혹독한 연습과 철저한 시장성 조사, 인력과 자본을 거름으로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아이돌과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 음악 산업계에서는 '기획사'에 대한 관심도 엄청나다고 합니다. SM이나 JYP의 대형기획사 대표들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같은 유수의 대학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초빙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숨은 공신이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 네트워크입니다. 해외 한류팬들에게 "한류를 언제 어디서 접했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친구가 권해줘서 유튜브로 봤다"고 답합니다. 화려한 비주얼과 신나는 음악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보이는거고, "너 이거 봤어?" 하면서 급속도로 퍼져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원더걸스는 미국의 대중문화 파워블로거 페레즈 힐튼이 자신의 블로그에 '노바디' 뮤직비디오를 극찬하면서 동영상을 올려 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미국 최대 에이전시와 계약하면서 미국 진출을 하기도 했고요. 투애니원도 이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본 블랙아이드피스의 리더 윌아이앰이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죠. "꼭 같이 작업해서 전 세계 사람들을 반하게 하자"고요. 윌아이앰은 진짜로 현재 한국에 왔습니다. 투애니원이랑 음반 작업을 하기 위해서죠.

이런 이유들을 보면, K-POP의 성공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한류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재의 우위를 이어나가기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쉬지 말아야 합니다. 또, 아이돌이 잘 나간다고 여기에만 온 힘을 쏟기보다는 좀 더 다양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미 아시아 대표 대중문화 콘텐츠로 인정은 받았지만, 그 도전정신과 유비무환 정신으로 다시 한 번 똘똘 뭉치면 미국과 유럽까지 광범위하게 사로잡는 세계적인 콘텐츠로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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