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사태 파문이 부산저축은행 사전 특혜 인출 파문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특혜 대출, 횡령, 분식회계 등 자그마치 7조5천억 원의 돈을 마음대로 쓴,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 '범죄 집단'과 다르지 않았다.
선량한 서민의 돈은 나몰라라 하고, VIP나 경영진 관련 친인척 들은 영업 정보를 미리 알고 돈을 빼내갔다는 사실은 저축은행에 돈을 넣고 안 넣고를 떠나서 일반 국민들에게 상당한 박탈감을 안겼다. 민심이 흉흉해져 재보선 여당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부산 지역 여야 의원들이 아이디어라고 들고 나온 것이 정치권에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2012년까지 저축은행의 예금은 물론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보장해주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예금보호한도액은 5천만 원인데, 그 한도를 넘어선 예금액과, 후순위채권은 원래 고금리를 주고 그만큼 위험부담을 지고 투자하는 것이어서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데, 그것까지 모두 보장해주겠다는 법안이다.
모든 금융거래에서 이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금융거래의 원리원칙에도 맞지 않다. 피해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고, 부산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데 따른 고육책이라고는 하나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예금보호기금은 땅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담이 추가되면 결국 다른 금융소비자들이 부실을 떠안게 되는 것이고, 부도덕한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잘못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예외적인 선례가 성립되는 것도 타당치 않다.
현행법에서 '예금 부분 보장' 원칙을 세우고 있는 것은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예금의 일부만 국가가 보장해줌으로써 예금자들도 금융기관을 선별할 의무가 일정 부분 있고, 금융기관도 예금자들의 돈을 잘 굴릴 의무를 부여하고, 정부는 한계 상황에 도달해 거시적인 악영향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 마지막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뜻이 있다.
원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2천만 원까지만 보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불안감이 커지자 액수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전액보호제도'는 부실금융기관이 예금자에게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자는 이를 선호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고, 정책 신뢰도와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상품 종류도 모두 보상해주지 않고 예금상품만 대상인 것도 RISK가 큰 부분에 투자하는 위험선호도가 큰 투자 행태까지 정부가 보장해줄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실제로 입법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 추진이 현실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싸늘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인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되지도 않을 일에 선심쓰고 보자는 식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희화화하는 행동"(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일부 수혜자를 위해 국민 세금을 쓰자는 것"(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흔들뿐 아니라 현실성도 없다. 부산의원들의 일시적 눈가림을 위한 정치쇼"(민노당 우위영 대변인)
이같은 비판이 '국회 내'에서도 이어지면서 법안 철회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부산 출신 의원들은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돈 없고 빽 없는 서민의 고통을 함께 하는 일이라며 포퓰리즘도, 지역이기주의도 아니라는 부산 의원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일단 다른 국회의원들부터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선심성 입법'이란 비판에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저축은행 예금보장법은 국회 논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관계자들의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의 총체적 부실 사태에 대한 근본 대책을 논의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시간도 부족한테 먼저 자기 지역구 달래기에 급급해서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 보다는 부산시의회 의원 직함이 더 어울릴 듯 하다.
연일 항의 집회를 하며 억울한 사연을 쏟아내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의 피해가 안타까운 것은 온 국민이 마찬가지 마음이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당근을 내놓고 기대감만 심어줬다가 나중에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이나 실망감은 오히려 몇 배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재파일] 예금-후순위채도 전액보장?
선거만 신경쓰는 국회의원…부산시의회 의원인지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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