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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바마! 트럼프에게 펀치 날리다

미국 대선, 치열한 기싸움 속 촌철살인 조크

[취재파일] 오바마! 트럼프에게 펀치 날리다

우리 대선보다 조금 앞선 내년 11월  대선을 치르는 미국 정가에도 일찌감치 유력 주자들간에 치열한 기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오마바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확실한 민주당과는 달리 공화당에서는 예비후보들 사이에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합니다.

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나,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등 기성 정치인들을 누르고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 바로 부동산 재벌로 잘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4조 원대의 자산가이자 '셀러브러티 어프랜티스'라는 인기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한 트럼프가 파죽지세로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는 그의 좌충우돌식 언행도 한 몫 했습니다. 특히,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오바마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폭로전이 적어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미국 정가를 뒤흔들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도 트럼프가 주도했습니다. 미국 선거법상 미국 출생자만이 대통령 출마가 가능한데 오바마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무시하던 오바마 측은 논란이 계속 증폭되자, 지난 주  하와이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 증명서를 공개했습니다. 물론 트럼프는 확인도 안 해보고 무책임한 폭로를 남발했다며 톡톡히 망신을 당했고 지지율도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곧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학력 조작 의혹을 내놨습니다. 학창 시절 성적이 형편 없었고 LA의 별 볼일 없는 지방 대학을 나온 오바마가 그 이후 어떻게 콜롬비아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 톱 스쿨을 줄업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는 다소 인종차별적으로 들리는 주장을 제기한 겁니다.

오바마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남부 보수파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었지만 대다수 의견은 트럼프의 상대방 흠집내기, 네거티브 전략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불쾌해 했을 사람은 다름아닌 오바마 본인일 겁니다. 평소에도 파티장에서 촌철살인의 정치 유머를 선보였던  오바마는 이번에도 '반격의 링'으로  파티장을 선택습니다.

어제 백악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장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2천5백 명이나 초대됐는데, 트럼프도 물론 포함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출생증명서 공개를 거론하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출생 비디오를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만찬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비디오는 아프리카에서 새끼 사자가 태어나는 만화영화 '라이온 킹'의 한장면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모두 박장대소했지만 만찬장 중간 테이블에 앉아 있던 트럼프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바마는 연이어 "내 출생증명서 공개를 트럼프 보다 더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부터 트럼프는 인간이 정말 달에 착륙했는지, UFO와 외계인이 진짜 있는지 같은 진정한 이슈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비꼬았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이름을 소재로 삼아 "그 친구가 대통령이 되면 품위 있는 백악관이 카지노가 될 것"이라고 결정타까지 날렸습니다.

분위기를 잡은 오바마는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에게도 차례로 화살을 겨눴습니다.

트럼프와 함께 출생지 의혹을 제기했던 바흐만 하원의원에게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운을 뗀 뒤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그녀가 캐나다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꼬집었고, 주중 대사를 마치고 대선 출마를 위해 돌아오는 헌츠먼 대사에게는 "중국에 가려고 중국어를 배운 게 아니라 여기 오기 위해 영어를 배웠다"라고 풍자했습니다.

제 3자인 관객들이야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뜨렸지만, 오바마에게 농락(?) 당한 공화당 인사들은 그 날 만찬장 음식 소화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속내야 어떻든 간에 국민,  유권자 지켜보는 앞에서는  험한 말 자제하며 조크로 순화해가며 정쟁을 벌이는 오바마 대통령이나 그의 정적들이 나름 대단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 4.27 재보선을 기점으로 우리의 대선 레이스도 사실상 막이 오른 분위기입니다.

내년 상반기 총선에, 정당별 후보 경선, 그리고 12월 본선까지 쉼 없이 달려갈 대선 기간동안, 이번 만큼은 제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 나 '막말이 난무하는 저급한 헐뜯기' 없이 각종 선거가 성숙하게 치러지길 기대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편하고, 국민들이 행복합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조크 학교'나 '정치 에티켓 아카데미'라도 만들어서 대선 후보들은 의무적으로 수료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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