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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가 침묵하는 이유

[취재파일] 박근혜가 침묵하는 이유

저는 지금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유럽 특사 방문을 동행 취재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포르투갈로 넘어 왔습니다. 대통령 특사로서 박 전 대표의 일정은 빡빡합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하루에 8개의 공식 일정이 있기도 했습니다.

특사로서 네덜란드 여왕을 예방하는 것 외에도, 경제농림부 장관을 만나 농업 수출 강국인 네덜란드의 비결을 묻기도 하고, 바헤닝겐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우리 농업진흥청 연구원과 함께 스터디도 했습니다. 로테르담 항만청을 찾아가 항만 물류도 시찰했습니다.

박 전 대표가 이번에 특사로서 방문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이렇게 3개 국인데, 모두 초행길이라고 합니다. 네덜란드나 그리스는 한 번 이상 가본 나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처음 와 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박 전 대표는 나라마다 정책적인 관심사를 둘러보는 데도 열심입니다.

그렇지만 함께 먼 길을 나서서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의 관심사는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4.27 재보선 패배로 아수라장이 돼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박근혜 역할론'입니다.

기자단은 기회가 닿는 대로 박 전 대표에게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역할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두 번 모두 같았습니다. "외국에 나와서 국내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기엔 장소가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고 "특사 일정이 너무 많아 국내 일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소가 문제이겠습니까? 설마, 한나라당에서 돌아가는 일을 모르겠습니까? 박 전 대표는 다른 질문을 할 때는 웃는 표정으로 조곤조곤 설명을 잘 하는데, '한나라당' 얘기만 나오면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직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추측컨대, 공식 특사 일정을 모두 마치고, 대통령과 만나 특사 보고를 한 뒤에야 당의 역할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유럽 구상'을 마치고 나서 말입니다.

박 전 대표에게는 카드가 세 개쯤 있습니다. 하나는 곧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것입니다. 둘은 전당대회가 열리면 나가서 당 대표를 맡는 것입니다. 셋은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로서 행보를 확실히 앞당겨 전면에 서는 것입니다.

1번은 여러 중립, 또는 친박계 중진의원들 중에서 거명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박 전 대표의 자리라 하기엔 좀 작을 수 있어 가능성이 작습니다.

2번은 한나라당은 당헌당규상 대선 후보가 되려면 대선일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이 당헌당규를 먼저 고쳐야만 당 대표도 어느 정도 하고나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대표시절 당 개혁을 위해 만든 규정을 스스로 고친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입니다.

따라서 3번만 남는데, 한나라당내 목소리 큰 사람들은 1번이나 2번을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유쾌하지 않은 표정이지만, 유럽에 함께 있는 기자단은 또 물을 겁니다. 앞으로 한나라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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