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달 개장 예정인 국내 최초 부양 인공섬인 '플로팅아일랜드'에 대해 홍보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인공섬은 SBS 인기 드라마였던 '아테나'에서 대한민국 대테러전담팀 본부로 나오는 곳입니다. 무게 4천백톤짜리 거대 인공섬을 한강에 띄우는데 들어간 예산이 946억 원 정도 된다더군요. 한강의 수변 경관 정비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볼 것'을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된 거대 건설사업이죠.
그런데, 이 점심 자리에서 한강사업본부의 한 간부로부터 조금 다른 차원의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서울아이(Seoul Eye)'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요즘 영국에 여행이나 출장차로 방문해보신 분들, 템즈강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기억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중 얘기거리로 많이 등장하는게 세계 최대 회전관람차 '런던아이(London Eye)' 입니다.
높이 135m로 순수 관측 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 회전관람차는, 지난 1999년 세워질 당시 런던의 귀족적인 경관을 해치는 흉측한 인공 건축물이라는 혹평을 받으면서 철거논란까지 일었었죠. 하지만 지금은요...매년 36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런던의 명소로 파리 에펠탑과 맞먹는 유럽의 랜드마크가 돼 있습니다. 타보면 어제 윌리엄 왕자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웨스트민스터사원과 바로 옆 국회의사당, 그리고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죠.
이 '런던아이'를 이른바 '서울아이'로 이름을 바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공원 공터에 세우는 방안을 실제 검토했다는 게 이 간부의 얘기였습니다. 부지 내정과 함께, 실제 영국과 일본 제조사로부터 견적까지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환율로 따졌을 때 건설비가 천억 원이 든다고 하더군요.
이를 듣고, 실제 후보 부지로 나가보니 선착장 주인이나 대형 상점주 같은 상인들에겐 벌써 입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여의도 한강 둔치 정비와 함께 이 대형 회전관람차가 '노다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더군요. 하지만 근처 아파트 주민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관광지 한복판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면서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8시 뉴스에서 관련 내용이 '단독 보도'로 나간 뒤, 실제 서울시를 통해 영국과 일본 제조사로부터 견적을 받을 때 관여한 적이 있다는 '중개상' 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분 얘기는 서울시와 사업을 지난해초부터 진행해왔고, 서울시 간부들과 상당 부분 사업진척을 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중간에 걸림돌이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여론'이 그 걸림돌이었습니다.
플로팅아일랜드, 양화대교증개축, 요트장 건설 등 한강변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일각에서 불거져 나오면서, 서울시가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드러내기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아이' 도입도 잠정적으로 추진을 연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또, 이런 건축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한 시의회 민주당측의 눈치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반대 여론이 일었을까요? 한강변에서 우리 국민도, 외국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를 보게 된다는 것 자체에는 그리 거부감이 없을 듯 합니다. 한강에 대당 수십억 원인 요트 몇 척이 떠다닌다 해도, 사실 국민소득 기준으로 보면 무조건 힐난할 일은 아닙니다. 서민들도 만약 그런 요트를 싸게 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오히려 멋질 겁니다. '정서법'에 맞지 않다해도, 이성적인 근거가 없는 무조건 적인 반대라면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성'과 '공익성' 입니다. 우선 '수상택시'에서 보듯, 서울시가 장황하게 선전하며 도입한 사업중에서 적자만 떠안고, 정작 시민들도 불편한 전시성 사업들이 많습니다. 이를 경험한 시민들은 '요트장을 세운다는데 그거 곧 망하면 어떻게 하지?', '플로팅 아일랜드는 신기하지만, 과연 거기에서 뭘 볼 수 있지?', '입장료나 사용료가 너무 비싸 서민들은 이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야?'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이런 불안이 축적되고 또, 경험적으로 입증돼 불신이 쌓여가고 있는겁니다.
서울시의 '서울아이'의 도입 방안. 저 개인적으로는 '조건부 찬성'이라는 입장입니다. 수익성과 공익성을 갖춘다면, 건축비가 천억 원이라 해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세계적 명소가 된 '런던아이'는 매년 수백억 원의 이익을 남깁니다. 또, 런던을 기억하게 하는 랜드마크로 무형적 부가가치도 엄청나죠.
하지만 만약 들여온다면 ''런던아이가 성공했으니, '서울아이'도 성공할 것이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주변 63빌딩이나 한강, 남산 등 경관자원은 훌륭한게 사실이지만, 365도 대관람차의 시야중 대부분은 아직 성냥갑 아파트 천지입니다. 또, 입장료도 너무 비싸게 책정할 경우, '부자들의 놀이터'라는 비야냥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에 서울시가 세운 남산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우 아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좋다 싶었지만, 2~3분에 불과한 짧은 탑승시간과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에어컨, 조악하게 만든 승강기 버튼…. 승선지에 가기 힘들어 도대체 태울 손님이 없다는 수상택시와 함께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탁상 위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현장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 '용은 그려놓고 눈알 그려넣기는 빼먹은' 사업들은 결국엔 시민들 불만만 커지게 만듭니다.
모든 사업은 '성공 가능성'에서 아이디어가 시작합니다. '서울아이'는 기존 플로팅아일랜드나 요트장보다 바로 이점에 있어서 확실한 성공 선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런던아이'의 예로 볼 때, 수익성과 공익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탁상 행정으로 현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하다간, 실망만 안긴 전시행정의 전례를 답습할 수 있습니다.
'왜 항상 2%가 부족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 비로소 서울시의 야심찬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화려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취재파일] '서울아이' 성공 가능할까?
"부족한 2%를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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