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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젠 다림질도 레포츠다"

- 'Extreme Ironing'의 매력

[취재파일] "이젠 다림질도 레포츠다"

                   


"맛이 갔다고? 흥! 니들이 이 맛을 알아?”

세상에는 정말 참 별난 사람도 많습니다. 다림질 같은 따분한 집안일을 어떻게 하면 스릴 넘치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람들의 머리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름하여 익스트림 아이어닝(extreme ironing),  우리 말로는  ‘극한의 다림질’이라고 번역될 수 있겠네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런 엽기적 행동이 유럽에서는 어엿한 레포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다림질을  야외로 가져나가 자연 속에서 실행하면서 건강도 지키고 성취감도 얻자는 게 취지라고 합니다. 그냥 야외에서 다림질 하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없을 수 있으니 익스트림 아이어닝 마니아들은 깊은 물 속이나 깎아지른 절벽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신나간 괴짜들이나 하는 짓 아니냐고 말씀하실 분들 계시겠지만, 며칠 전에도 영국에서 한 남자가 극한의 다림질에 도전했습니다.




이 괴짜 남자가 선택한 곳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들이 달리는 고속도로 한 복판입니다.

남자는 푸른색 실내복에 슬리퍼를 신은 채 다짐질 세트와 흰색 셔츠를 들고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로 진출했습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다림질을 시작했습니다.

차들이 쌩쌩다니는 고속도로 한 복판 다림질이라면 위험을 무릅 쓴 무모한 도전이었겠지만, 남자가 고속도로에 나선 날은 근처에서 화재가 일어나 한 쪽 방향이 하루 종일 도로가 통제됐다고 합니다. 남자가 용케 이 사정을 알아 내고는 옳커니 싶어 서둘러 인증샷을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고속도로 한복판 다림질에 버금가는 기가 막힌 도전은 부지기수입니다.



다리미와 다림판을 등에 지고 낑낑거리며 프랑스 샤모니의 우뚝 솟은 바위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사람은 다리미를 손에 든 채 20m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랜드캐년은 말할 것도 없고요. 스키나 스노보드 혹은 자전거나 카누를 탈 때도 이 사람들은 다리미를 반드시 휴대하고 다니면서 호시탐탐 다림질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익스트림 아이어닝의 창시자는 영국인 청년 필립 쇼였습니다. 영국 라이체스터에서 니트웨어 공장에 다니던 필립 쇼는 1997년 여름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산더미처럼 싸인 옷들을 다림질해야만 했기 때문이죠. 쇼는 이 때 다림질을 집 구석이 아닌 집 밖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동료를 꼬드겨 자기가 즐겨하던 암벽 등반에 나섰다고 합니다.

산 정상에서의 다림질이 놀랄만큼 상쾌함을 준다는 것을 발견한 쇼는 이 때부터 동호인 모집에 나섰는데 예상 외로 호응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자기 스스로도 이같은 행위가 엉뚱하다고 느꼈던지, 자신은 스팀(증기),  동료는 스프레이(분무기)라는 가명을 가지고 99년에는 바다 건너  미국, 뉴질랜드,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도는 세계투어에 나서며 이 신종 레포츠를 열심히 전파했습니다.

올 9월에는 독일 뮌헨에서 익스트림 아이어닝 마니아들을 모아 놓고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그냥 애들 장난이라고 치부할 수 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슬슬 궁금증이 도지기 시작합니다.

다리미야 지고 다닌다고 쳐도 극한 지역에서 다리미 전원은 어떻게 공급받을까요?  처음엔 한없이 긴 전선을 이용했지만 최근엔 소형 자가발전기를 이용하거나 충전지 다리미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마니아들의 극성에 못이겨 지열을 이용한 다리미도 개발됐습니다.

그럼 물 속에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요? 특수 다리미를 사용하지만 아직은 다림질이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물 속 다림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따분함은 재미의 母親'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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