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톈안먼 광장에 '쑨원'…남북은 어쩌지?

[취재파일] 톈안먼 광장에 '쑨원'…남북은 어쩌지?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광장 중심에 신해혁명을 일으킨 쑨원(1866∼1925년)의 대형 초상화가 들어섰습니다. 톈안먼광장 관리위원회가 그제(26일) 철야 작업을 통해 쑨원의 대형 초상화를 광장 가운데 인민영웅기념비 앞에 설치한 것입니다.

이 초상화는 세로 길이가 6미터로 무게는 2톤에 달합니다. 톈안먼 뒤편 그림 창고에 보관돼 있었는데 관리위 측이 기중기와 트럭을 동원해 광장 안으로 옮겼습니다.

쑨원의 초상화는 북쪽을 향하고 있어 광장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내걸린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쑨원은 타이완은 물론 중국 본토에서도 봉건왕조인 청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가로 널리 존경받고 있습니다.

봉건왕조를 무너뜨린 쑨원과 신(新)중국을 건국한 마오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인데 두 사람이 생존해 있다면 서로 무슨 얘기를 주고받을지 궁금합니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광장에 항상 쑨원의 초상을 설치해 놓지는 않지만 건국기념일 등 주요 정치 행사 때마다 그의 초상을 내걸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10월 10일, 신해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왕강(王剛) 정협 부주석을 주임으로 하는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활동 준비판공실'을 발족시키는 등 대대적인 경축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쑨원이 중국과 타이완의 공통 고리라는 점을 활용해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양안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쑨원의 초상화가 다시 톈안먼에 설치된 것은 이 같은 분위기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발전되고 있고, 발전을 꿈꾸는 양안 관계를 접하면서 남북관계, 한반도정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금강산 관광 중단, 남북대화 단절, 6자회담 공전 등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남북 양쪽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변화 없이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돼야 한다며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어떤 게 성의 있는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과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가동 중단 등이 사전 조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게 '성의(誠意)를 보인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남북회담 또는 6자회담을 앞두고 남북 양측의 기선 제압용 신경전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남북 양쪽 모두 상대방이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을 설치해 놓거나 조건을 내세워 거부를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카터 전 미 대통령 등 엘더스(The Elders)일행이 중국을 거쳐 북한과 남한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 메시지도 없고 순전히 개인적인 방북이라고 애써 의미만 축소할 게 아니라  또 꼭 그의 방북을 매개로 하지 않더라도 이제라도 남북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는 지혜를 모으는데 힘을 쏟아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회색빛 베이징 건물 숲 사이로 싱그럽고 화사한 꽃들이 활짝 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투적이라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북 관계 소식을 전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경색' 이란 단어입니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릴지 주목 된다>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아닌 <풀리고 있습니다>라는 반가운 소식은 언제쯤 전할 수 있을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