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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개처형 보는 것도 의무"

북 정치범수용소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취재파일] "공개처형 보는 것도 의무"

2년 전 탈북한 김혜숙 씨. 우리나이로 올해 50살인 김 씨는 평안남도 북창군 제18호 정치범수용소 출신입니다.

정치범수용소 수감 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13살. 수용소에 왜 끌려갔는지도 모르고 28년의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갇혀 있어야 하는 그 고통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나를 왜 이곳으로 끌고 온 겁니까?"

그녀는 이런 기본적인 질문조차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습니다. 보위부 직원들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반항이고, 그것이 곧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보위부  직원들이 기분이 나쁘면 때리고,  그럼 그냥 맞아야 하는 것이 수용소의 불문율이었습니다.

폭력, 고문, 굶주림... 김혜숙 씨의 28년 인생을 점령한 그 단어들. 고통의 우선 순위를 매겨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번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웠냐고.

김씨가 한참을 생각하다 꺼낸 단어는 '공개 처형'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김씨의 눈 앞에서 죽어나갔습니다. 도주를 하려했다는 이유로,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지어 강냉이를 훔쳐먹었다는 이유로도 처형을 당했습니다.

너희들도 잘못하면 이렇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공개 처형. 보기 싫어도 봐야 했습니다. 그것이 수감자의 의무였습니다.

김씨는 처형을 하는 그 시간에 수용소가 시킨 노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면 누구나 처형 장면을 봐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환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보위부 직원들이 수용소 안을 샅샅이 뒤져가며 수감자들을 모은 뒤에 공개 처형을 했다고 합니다. 

14호 개천수용소에서 태어나서 자란 신동혁 씨의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수용소 죄수 사이에서 태어난 신 씨. 그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정치범 죄수로서 수용소 안에서 평생을 살고 죽을 때도 그 곳에서 죽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 씨는 세상에 오직 두 부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죄수와 간수.

수용소 바깥의 세상은 구경도 못해본 신 씨가 수용소를 탈출한 것은 2005년, 우리 나이로 24살 때였습니다. 자유롭게 웃을 수도 있고, 떠들 수도 있고, 지나가는 경찰에게 인사를 안 해도 되고...

신 씨는 수용소를 처음 나와서 본 이런 북한 사회를 '천국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북한이 천국이라뇨. 그만큼 수용소 생활이 지옥같았다는 얘기겠죠.

북한에는 모두 6개의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수감 경험자들은 독가스로 사람들을 학살하는게 독일의 아우슈비츠라면, 굶겨서 사람들을 말려죽이는게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라고 말합니다.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인원은 15만 명에서 많게는 20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북한인권기존보존소에 따르면 구류장, 집결소, 교화소, 교양소 등 이름만 달리하고 목적은 '구금'인 시설들이 북한 전역에 최소 480여 곳이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워낙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구금되다보니 복도에 수감자들이 넘쳐날 정도라는 증언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든, 비인간적인 일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유없이 끌려가고, 이유없이 맞고, 또 고통에 몸을 떨며 다른 사람의 처형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지극히 폐쇄돼 있는 북한 사회. 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북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이제 좀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북한 수용소 안에서의 끔찍한 경험, 그들의 증언도 크게 뉴스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처음 나온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저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이 정도라는 것을 많이 모르는 것 같은데 말이죠.

취재는 했지만 아쉽게도 8시 뉴스에는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이 취재파일을 통해서라도 저처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이 이렇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남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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