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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디 엘더스'…김정일 면담여부 촉각

북, 카터 방북카드 활용 가능성 제기

방북 '디 엘더스'…김정일 면담여부 촉각
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이 26일 방북길에 오른다.

대북 평화메신저 역할을 해온 카터 전 대통령은 '디 엘더스(The Elders)' 회원들과 함께 방북을 하루 앞둔 25일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방북 일정과 논의 내용 등을 소개했다.

전직 국가수반모임으로 인도적 지원이 목적인 '디 엘더스(The Elders)'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가 대립에서 대화로 선회하는 타이밍에 북한을 찾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단 미 행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디 엘더스'차원으로 정부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디 엘더스를 만나주지 않는다면 이번 방북은 말 그대로 인도적 차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남북한의 극단적 대치와 그 여파로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 간 대립구도가 형성됐으나, 올들어 북한의 대화 공세와 최근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행보로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현재의 한반도 교착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국제정세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민주화 시위로 대격변중인 중동 사태에 발목 잡힌 미 행정부로서도 한반도 대화 국면을 마다할 이유가 없고, 올들어 대화 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국제 이슈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도 적지 않은 기대를 품고 있는 기색이다.

지난 23일 중국을 찾은 디 엘더스 회원들을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장,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 등의 중국내 북한 전문가들이 25일 만나 작금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예정된데서도 그런 기미가 엿보인다.

외견상 미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갖고 가지 않는 디 엘더스에게 중국 정부가 '특별대우'를 한 셈이다. 디 엘더스 측이 먼저 중국 측에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정부가 이에 응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디 엘더스는 방북에 앞서 비핵화를 통해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실상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한반도를 방문한다고 밝혀 이미 교착된 남북 관계에 대한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섰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방북에서 가장 큰 관심은 김정일-카터 또는 김정일-디 엘더스 회동 성사 여부와 그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가 전달될 지에 모아진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아직 카터 전 대통령 측에 구체적인 언질을 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 이외에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과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라는 인도주의 활동을 대표하는 거물들이 함께 방북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면담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대치에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대화→6자회담' 제안으로 급물살을 탄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북한이 '카터 방북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펼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동선'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용기로 베이징(北京)을 들러 평양으로 향했다가 다시 평양에서 서울로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김 위원장 면담이 성사되면 여세를 몰아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번 방북으로 남북 정상간 간접대화의 모양새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카터 전 대통령 일행에 방북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이를 북한 측에 전달토록 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외교가에서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후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6자회담 재개 협의를 위해 26일 방한을 예정하는 등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 외교에 나선데 주목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방북으로 북한의 '의미있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6자회담 재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남북한은 물론 미국 역시 현재로선 '조심스런' 태도다. 섣부르게 대응했다가 자칫 체면만 구길 것을 우려한 탓이다.

한미 양국 정부 당국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카터-김정일 면담 여부를 알 수 없으며, 개인 자격으로 방북한 카터 전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어떤 메시지를 갖고 가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북한 역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아직 언급이 없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당사국들의 신중한 태도는 일종의 기싸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 개최와 중동 대격변 사태로 인해 미중 양국이 북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가닥을 잡은 게 큰 흐름이라면 그 가운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책임추궁이라는 걸림돌이 막고 있는 셈이며 여기에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제1차 핵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6월15일부터 3박4일간 개인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회담해 일촉즉발의 북미 대치 정국을 대화로 돌리는 평화 메신저 역할을 한 바 있다.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지난해 7월에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 석방문제 역시 인도주의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디 엘더스의 방북에서 논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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