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3일 러시아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자신의 연임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반 총장은 방러 이틀째인 22일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관저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곧이어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은 반 총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연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활동을 계속하는데 있어 당신의 지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또 유엔 사정에 정통한 러시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하면서 "반 총장 외에 현재 다른 후보가 없다"며 "그가 연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러시아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도 23일자에서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이 모스크바 방문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를 이행했다"며 그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연임 지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반 총장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서방 언론도 전날 반총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연임 지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대변인 마틴 네시르키는 그러나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뒤 "총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연임 도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 아니다"며 "총장의 5년 임기는 올해 말까지 계속되며 이 기간에 그에겐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네시르키 대변인은 그러면서 "유엔 총장이 러시아에 요청한 것은 기후변화, 중동 및 북(北) 아프리카 사태, 한반도 문제, 원자력 안전 조치 등의 중요한 사안과 관련한 유엔의 여러 업무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라고 해명했다.
러시아 일부 인터넷 통신도 반 총장의 발언이 와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반 총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주요 8개국(G8)과 주요 20개국(G20), 브릭스(BRICS) 등의 회원국으로 러시아가 모든 국제 및 지역 갈등과 기후변화, 지속적 발전, 식량위기 해결, 중동 문제, 한반도 문제 등의 조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당신의 협조와 지지를 요청한다"고 말한 것이 자신의 연임에 대한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해석됐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러시아 측은 실제 반 총장의 발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2007년 1월부터 시작된 반 총장의 5년 임기는 올 12월 말로 끝이 난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총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검토를 통과한 후보를 총회가 승인하는 형식으로 선출한다. 안보리 검토시 상임 이사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의 입장이 중요한 이유다. 러시아는 지난번 선거에서 반총장을 지지했었다.
유엔과 국제 외교가에선 반 총장이 연임 도전에 나설 것이며, 적절한 시기에 이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 총장의 이번 방러에 대해서도 연임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22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모스크바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한 간담회에서 아직 연임 여부와 관련해 스스로 공식 입장을 밝힌 바가 없으며 향후 상황을 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반기문 총장 러시아에 연임 지지 요청했나
현지 언론 및 외신 "메드베데프 대통령 면담서 지지 요청" 보도<br>유엔 대변인은 "연임 지지 아닌 국제현안 해결 지지 요청"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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